[Why 뉴스] "왜 핀란드에서는 '자살'이 금기어가 됐을까?"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건 '자살' 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지만,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맨날 성폭행 성추행 그런 기사 올라오는데, 진짜 좀 안 봤으면 좋겠다.


언젠가 일어난 어린이 성폭행 사건 당시 모 신문이 성범죄자 실명공개를 천명한 게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어느새 성범죄자의 실명 그리고 얼굴 같은 신상을 공개하는 게 당연해지는 분위기다. 근데 그게 우리 사회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 글쎄 난 잘 모르겠다. 파렴치한 범죄에 분노할 시민들의 분노의 대상을 구체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려나? 근데 그럼 뭐해. 어차피 범인은 사회에서 격리되어 법이 정한 처벌을 받을 거고(그 형량이 적당한가 하는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을 알든 모르든 우리의 분노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이름과 얼굴을 알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어떤 노트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분노가 하늘에 닿아 범죄자에게 벼락을 내릴 가능성보다는 홧병이 되어 우리의 수명을 줄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면 그 정도로 구체적으로 대상을 정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분노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력 빈곤에 빠진 우리 시민들을 위한 배려일까.


성범죄자 신상공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근데 어쩐지 재범률이 높은 요주의인물의 관리를 국가가 민간에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우리는 이제 모르겠으니까 너네가 알아서 피하든 말든 하라는 의미일까. 어쨌든 국가에서 정한 형량(그 형량이 적당한가 하는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을 채우고 나온 사람에 대해서 국가에서 행할 수 있는 강제력이란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좀더 시민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한 어떤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근데 나 너무 무책임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도 썼던 것 같은 얘긴데, 제발 범행 수법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뭐 누구로 가장해서 어디로 침입해서 문은 어떻게 따고 피해자를 이래저래 해서 어떻게 빠져나갔다 하는 얘기들을 굳이 해야되는 이유는 뭔데. 그건 그냥 수사하시는 분들만 알고 계시라고 하지 그래. 그건 범행 대상은 결정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창의력 빈곤에 빠진 잠재적 범죄자들을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범행 수법까지 상세히 알려주면 조금이라도 나쁜마음을 가진 자들은 범죄를 저지를테니까 그들을 싹 잡아들이면 사회가 평화로워질 거라는 발상일까.


아무튼 그런 거, 흉악한 범죄 얘기들은 좀 안 볼 수 없을까. 물론 신문이나 뉴스에 안 나온다고 그런 일이 없는 게 되는 건 아니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매일매일 강간, 살인, 폭력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그리고 적당한 자극이 없으면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을 사람들이 매일매일 강간, 살인, 폭력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는 위험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냥 잊어버리면 안될까. 정의사회구현은 민중의 지팡이들이 해야 할 일이지 키보드 워리어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 알 권리니 경각심이니 하면서 이미 아픈 자들의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는 짓은 하지 말자.


악몽 겨우 가라앉혔는데…또 심리치료 받아야


이것도 잊지 말자, 저것도 잊지 말자고 하는데, 아, 물론 잊지 말아야 될 것도 있긴 있는데,

정말 때로는 차라리 냄비가 더 좋겠어. 물론 진짜 그 일을 신경써야 될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기만 하다면...




p.s.1 그러고 보면 진짜 음란물을 단속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백날 외쳐봤자니까 아예 코끼리를 멸종시켜버리는 거지(아. 비유가 과격하지만 진지하다. 궁서체다). 일단 내 하드에 야동부터 지워야 되겠는데, 아, 그건... 미안하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p,s,2 예전부터 독일의 게임 검열수준 혹은 여가부의 게임검열을 까는 데 쓰이는 자료가 있는데, 정말로 진지하게 우리도 도입하는 게 어떨까 싶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면 세상이 좀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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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산지 간호조무산지 아님 관련계열 학생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SNS 에서 막말했다고 시끌시끌하다.


“환자, 영원히 자게 마취총 쏘고 싶어” SNS 경악… 또 의료인 발언 논란


솔직히 글쓴이가 잘못하긴 했다. 그런 얘기는 자기 일기장에나 썼어야지... 홈페이지, 커뮤니티, 미니홈피, 블로그, SNS 등으로 그 유행하는 형태가 변해 오긴 했지만 누구나 인터넷상에 개인공간 하나쯤 갖기 시작한 게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개인의 민감한 얘기를 넷상에 부주의하게 써서 문제가 된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계속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누구나 자기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고, 또 얼굴보고는 얘기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자기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욕구를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다시 그 막말 얘기로 돌아가서,

근데 뭐 그리 잘못이라고 죽일놈 살릴놈 하면서 노발대발인지 모르겠다. 한 의료인이 같은 방법으로 몸을 움직여서 같은 처치를 나에게 행했다면 의료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든 그가 행한 처치의 효과 역시 같을 거란 건 누구나 알 거다. 염동력이라던가, 물이 얼 때 욕을 써놓은 종이를 갖다놓으면 얼음결정이 이상해진다던가, 식물한테 나쁜말을 하면 잘 못 자란다던가 하는 것들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 물론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막말을 하는 사람이 하는 의료행위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 하는 의료행위와 과연 같을 것이냐 하는 문제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근데 그렇다고 저 사람을 욕하기 전에, 도대체 뭣 때문에 저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막말을 하게 됐는지를 따지는 게 우리한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솔직히 힘들다. 병원 가보면 간호조무사, 간호사, 전공의 모두 힘들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일이니까 하고 익스큐즈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힘들다. 교수급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사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사고들의 원인은 의료행위자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지치고 힘들고 피곤해서인 경우가 많다.


사람의 정신상태나 사고방식을 개조하긴 어렵지만, 어떤 행동을 반복숙달로 몸에 익히도록 하긴 쉽다. 지치고 힘들고 너무 많은 일에 쫓기는 상태에서 일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한 상태에서 적당한 양의 일을 할 때보다 실수가 많아진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그딴 정신상태로 어떻게 환자를 보냐고, 내가 다녔던 병원의 사람들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소름끼친다고 당사자를 욕하는 게 아니다. 의료행위자가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내가 받는 의료행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들도 피와 살로 된 사람이고 그들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 와중에 의료인의 사명감을 운운하는 누군가를 보니 얼마전 시끌시끌했던 모 걸그룹 멤버들의 트윗이 떠오른다. 뭐 의지가 사람을 만들기는 개뿔 때로는 의지만으로도 무리일때있다. 그때는 의지로 된다는 사람들을 욕하더니, 이제는 사명감이 없다고 욕하는구나.


또 한 가지, 비록 당사자가 그 얘기를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썼지만, 딱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인 거 알잖아. 그걸 꼭 그렇게 캡처하고 퍼다날라서 여기보라고, 얘들이 속으론 이런생각 하니까 와서 보고 욕하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야 속이 시원해지나? 그게 그들이 생각하는 선이고 정의일까? 앞에 적었다시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기 얘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수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자기가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의 수준을 너무 잘 알아서 자기가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 뭔 일만 터지면 퍼다가 추천부탁해요! 무한RT부탁해요! 우리모두 쫓아가서 욕해요!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신상을 털고 있겠지. 근데 그들은 자기 공간에 방문자가 늘어나고 자기 글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보고 더 기뻐할까, 아니면 자기가 요구한 대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욕하는 걸 보고 더 기뻐할까?


한가지 떠오르는 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 있잖아. 그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분위기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지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나자마자 모든 사람이 득달같이 궁궐 앞으로 모여서 임금은 해명하라 해명하라 하면서 으쌰으쌰 했겠지. 사실 진짜 피해자는 비밀이 까발려진 임금인데 마치 자신들이 뭔가에 속은 피해자인 양 해명하라 해명하라 하면서 으쌰으쌰 하겠지. 그러니까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든, 누가 어릴때 몸캠을 찍었든, 일본가서 원나잇을 하든, 학교다닐때 생수머신이었든, 니들이 뭔 상관이냐고.


요새 보니까 대나무숲 계정? 뭐 이런 게 뜨고 있는 모양인데, 취지야 좋고 재밌어 보인다. 근데 이거 확실해 보인다. 조만간에 '대나무숲 가보니까 이사람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네요 이사람들 안되겠네' 하는 글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질 거고 대나무숲엔 비밀의 외침 대신 욕설만이 난무하게 되겠지. 벌써 누군가는 타겟을 정하고 대나무숲에 잠복 들어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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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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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광우뻥 사건 이후로 한겨레는 음모론에 선동기사만 쓰는 것 같아서 잘 안 봤는데, 어느 날 네이버 메인에 뜬 기사 제목이 섹시해서 들어가 보니 이런 기사가. 한겨레를 약간은 다시 보게 됐다.


손녀뻘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노인도 '존엄'한가


기사에서 말하는 대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때는 저렇게 자신있게 돌직구를 던져야 된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건 일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정말 억울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물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있다. 일단 흉악범을 죽여서 없애 버리는 게 오랫동안 가둬놓고 관리하는 것보다 당연히 훨씬 싸게 먹힌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 부족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 안 변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흉악범이 아니라 흉악범의 DNA를 미워해야 된다).


그래도 내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냥 그게 잔인하기 때문이다. 좀 없어 보이긴 해도, 우리는 결국 일단 감정으로 답을 정해 놓고 거기 맞는 근거를 찾아서 갖다 대는 게 아닐까? 그리고 개개인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역사에 걸친 인간 집단 의식의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그렇다면 사형제에 반대하는 게 새로운 흐름에 발맞추는 게 아닐까 :-P


권력자의 말 한 마디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고, 권력자가 죽으면 아랫사람을 무덤에 같이 넣던 시대에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뭐만 하면 죽기는 해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죽음을 주던 시대에서,

형벌이 세분화되어서 죽음은 정말정말 큰 잘못을 해야 받는 그런 극한의 형벌인 시대에서,

이제는 아무리 그래도 죽이는 것만큼은 안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는 시대가 됐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역사공부를 깊이 하지 않았으니 맞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시대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가치관이 있잖아. 무엇이 그런 시대의 가치관을 만들고, 또 그 시대의 가치관을 변하게 만드는 걸까. 과학? 종교? 철학? 글쎄. 과학은 그게 변화를 유도하는 거라기보다는 새롭게 대두되는 가치관에 끌어다 맞춰져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주로 이용되어 온 게 아닌가 싶고, 종교 역시도 그렇고,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아이디어는 결국 철학자들의 머리속에서 나왔던 걸까?


여담인데,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 최소한 살인 방법에 대한 자세한 보도는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도대체 범인이 어디를 어떻게 찌르고 자르고 도려냈는가 하는 것까지 일반 사람들이 자세히 알아야 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스트레스와 갈곳없는 분노를, 그리고 욕구는 있지만 창의력이 부족한 상태의 잠재적 범죄자들에겐 범행 수법에 대한 영감을 주는 효과밖에 없는 거 아닌가?


사실 누가 살해당했다는 거, 그리고 누구를 살해한 범인이 잡혔다는 거를 왜 굳이 뉴스에서 봐야 하는지도 난 의문이긴 하다. 백번 양보해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서 좀더 조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치자. 뭐 건어물이나 클로로포름 손수건이나 짐 들어줘서 고맙다고 주는 약탄 드링크라던가 버스에서 시비거는 할머니와 따라오는 승합차라던가 그런 종류의 소문 혹은 괴담까지도 괜찮다 치자. 근데 뭐 어디를 어떻게 자르고 토막내고 인육이 어떻고 하는 건 결국 사회의 분노와 불안의 총량만 증가시키는 거 아닌지. 게다가 그 대상마저도 불명확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조차 감이 잘 안 오는 그런 분노와 불안. 안그래도 생활이 팍팍한데 자꾸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주니까 무슨 일만 났다 하면 사람들이 사형시키자, 아니 편하게 죽이면 안되니까 때려죽이자 가죽을 벗기자 팔다리를 자르고 눈알을 뽑자 하는 거 아닌지. 그들을 볼 때면 억눌린 스트레스, 혹은 살인에 대한 욕구를 합법적으로(!) 풀 수 있는 창구를 찾는 건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마저 든다. 공개처형이나 국민참여사형(!) 제도 같은 거 도입하면 하겠다는 사람 많을 듯.


고상한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덩달아 흥분해서 너네 가족이 당했어도 그럴거냐 하기 전에(아니 내 가족이라면 당연히 눈이 뒤집어지겠지), 많이 차가운 소리 같지만 일단 우리 모두가 한가족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과, 우리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건 당사자들의 분노가 아니라 제삼자들의 이성이란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복수가 아니라 공감과 위로고, 특히나 국가는 복수를 대신해주는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형벌의 목적이 복수가 아니라 교화라면(물론 교화되지 않겠지만), 그래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라면, 피해자가 합의해 줬다고 가해자를 용서해주거나 형을 감해주는 요상한 제도는 없어져야 되지 않을까? 그는 피해자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정한 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에 벌을 받는 건데 말야. 오히려 가해자가 깊이 반성하고 있으므로 형을 감해준다는 핑계는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말이지.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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