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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7 자유경제원은 호들갑 자제요

유경제원, '우남찬가'작가 민·형사 고소

 

난스럽다... 라는 게 개인적인 첫인상이었다.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했다는데, 음 일단 나는 법알못이라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걸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떠오르는 사건이 있는데,

 

<계를 넘어서: 양자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

 

법 오래 전 일이고, 또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랑 꽤 비슷하지 않나 싶다. 뭐 이쪽은 공모전이고 저쪽은 학술지에 논문 투고하는 거란 차이는 있지만, 학술지는 불특정 다수(학술지에 실릴 수준이 되는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한정돼 있지만 논문 투고에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를 대상으로 논문을 '상시 공모'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다를 건 없어 보인다.

 

작자들의 의도와 행동을 생각해 보면, '우남찬가'를 쓴 장모씨는 작품 안에 공모전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숨겨서 제출해서 입선했고, 소칼 역시 논문에 학술지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숨겨서 투고, 논문을 게재하는 데 성공했다. 차이점이라면 장모씨는 입선해서 주최측으로부터 상금을 받았고, 소칼은 아마도 게재료를 냈을 거라는 것 정도??

 

근하게 진행되고 있던 과학전쟁은 소칼의 장난으로 대폭발한 걸로 알고 있다. (철알못인데다가 어릴 때 일이라 아닐 수도 있다. '지적 사기'라는 책 제목이 대단해보여서 샀는데 뭔 소린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건 함정) 다만 소칼에게 피해를 본(?) '소셜 텍스트' 측에서 소칼을 고소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좀 조사를 해 봤는데 법적 다툼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있었다면 나의 영어실력에 큰 문제가...ㅜㅜ) 그런 일로 법정에서 다투는 게 아메리칸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학문적인 논쟁으로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속은 게 쪽팔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국보훈의 달> 원주 시정홍보지 만평 대통령 욕설 사건

 

어보지 못했던 일인데, 이번 자유경제원 건과 유사한 사례로 많이 회자되고 있어서 알게 됐다. 이 사건에선 만화가가 벌금형을 받았는데... 법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우남찬가 사건과 이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우남찬가는 공모전에 제출된 작품이고 이 만평은 용역계약을 통해 제작됐다는 점 아닐까 한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 만화가는 원주시와 계약해서 회당 얼마씩 받고 시정홍보지에 만화를 그렸다는 것 같다. 원주시 쪽에서 만화를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하고 하나하나 지시하지는 않았겠지만, 시정홍보지인 만큼 내용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지침은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판결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물론 원주시가 '아 우리는 만화는 모르구요 그냥 그리고 싶은 거 그리세요' 라고 했다면 웃긴 일이지만.

 

갑하다. 이 사례에서 저 만화가는 300만원 벌금 받았는데, 자유경제원이 청구한 금액은 대략 5700 만원... 솔직히 우남찬가 지은이가 유죄를 받을 거라고 생각 안 하지만, 혹시나 유죄가 나오더라도 저건 오바 아닌가? 원주시 사건은 2009년이고 지금은 2016년이긴 하지만 물가가 20배 뛴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서 세로드립 친 게 시정홍보지 만평에 욕 넣은 것보다 20배 큰 잘못도 아니잖아.

 

 

,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

 

일 큰 차이는, 원주시 건은 한 사람을 찍어서 우리가 원하는 걸 그려 달라고 계약을 한 거고, 자유경제원 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너네가 자유롭게 시를 쓰면 그 중에서 우리가 맘에 드는 걸 고르겠다고 공모전을 열었다는 거다. 당연히 만화가는 원주시가 원하는 걸 최대한 맞춰 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계약이니까), 이승만 시 공모전에 참여하는 사람이 자유경제원의 입맛에 맞춰 줄 필요는 없다. 주최자, 심사자 맘에 안 들면 그냥 탈락인데 뭘.

 

새 있었던 일로는 1번 사례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르지만, 황우석 사건이나 오보카타 하루코 사건이 있겠다. (황이 2005~2006이었고 오보카타가 2014였나 그러니까 요새는 아니지만 소칼 사건이 1996이니까 요새로 치자. 세로드립도 해야 되니까... 맞추느라 힘들었다) 황우석이나 오보카타가 논문 조작한 것 때문에 감옥에 갔다거나 벌금을 냈다는 얘긴 못 들었다. (아, 연구비 횡령이나 연구윤리 위반 같은 건 논문조작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그간의 연구성과가 부정당하고 학교에서도 짤렸지만, 그건 학계 내부의 일이고, 공권력이 개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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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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