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2010년 1월 26일자 다시보기

어떡해, 이분들 신나셨다. 무죄판결에 한껏 고무되셨는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라면서 로빈 빈슨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놨는데, 이 또한 한편의 코미디다. 그 중 일부만 우선 까 보면,

캡처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관계로, 영상의 18분째부터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CJD라고 말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인간광우병:vCJD)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건 보건당국을 통해서 변종 CJD(인간광우병: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해당 부분의 영어 원본은 다음과 같다. 직접 알아들은 것이면 참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관계로, 피디수첩이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변론요지서에 나와 있는, 법원에 제출했다는 '증제49호증의2' 의 해당 부분을 가져왔다. (변론요지서 78쪽부터)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아무래도 말은 글보다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어디까지가 어버버 하면서 버벅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나마 굵은 글씨 부분만 대충 다시 번역해 보면,
내가 몇 번 CJD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난 일반적인 걸 말한 거에요.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두 군데의 웃음포인트가 있다. 우선 첫번째,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피디수첩 해석)
-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It's just CJD. 라는 문장에서 It 은 바로 앞 부분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앞부분 whatever 까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나는 그것(it)을 CJD 라고 한다' 가 아니라,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내가 그 때 얘기하던 그것(it)은 CJD 다' 가 맞는 해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피디수첩 해석)
-
그러고 나서 난 변종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And = 그리고', 'then = 그 때' 니까 'and then = 그리고 그 때' 인 것인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영어사전마저도 '그러고는, 그런 다음' 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 문장의 번역자가, 그리고 로빈 빈슨이 사용하는 영어는 어디 다른 세계의 영어인가. 아니면 네이버 영어사전과 한국인들 영어실력의 저질성을 보여주는 표본인 것인가. 아니면 피디수첩의 전가의 보도인 '로빈 빈슨의 의중'을 파악한 의역인 것인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건 거의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를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라고 해석했는데, 원래 영어문장에 '~하는 것' 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reference 를 굳이 '지칭하다'로 해석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런 문장이 된다는 거다. '나는 변종이라고 지칭해요' ...... 근데 뭘?

이쯤 되면 문장에 would 가 들어가 있는데 해석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would 는 아예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하곤 했다)는 정도는 그냥 애교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가 맞는 해석이다.

......

참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 이경숙의 어륀지 영어교육이 정말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작품이라도 그렇고, '전문'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사실 이건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 에서 이미 상황종료된 부분이고, 내 해석도 그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피디수첩이 해석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결정적 증거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로 너무 부끄러워서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보면서 주절주절 써 봤다. 도대체 피디수첩은 정지민의 번역을 문제삼을 거였으면 다른 번역은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맡기던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번역하면 저런 번역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영어 좀 한다는 그 누구한테 맡겨도 원하는 번역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들 스스로 번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2008년 4월의 방송에서 CJD를 vCJD로 바꾸는 등 자막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대한 피디수첩의 변명이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썼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는 것이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상황종료다. 로빈 빈슨은 CJD 와 vCJD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 주장을 어떻게든 포기할 수가 없어서 증거를 끼워맞추다 보니 저런 번역이 나오는 거겠지. 피디수첩 제작진이 직접 번역한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번역을 맡긴 결과가 저거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안습이고.

다만, 그와 별개로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확신하고 있었는가는 인터뷰의 다른 부분을 더 보지 않으면 판단불가다. 다만 피디수첩이 내놓는 녹취록 번역이 계속 이런 수준이라면 뭔가 자신있게 내놓을 때마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의 주장이 뒤집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린 진짜진짜 몰랐어요ㅜㅜ 죄송해요ㅜㅜ' 하고 읍소하는 게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는 방법 아닐까. 진영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자기 편한테 피해는 주지 않도록 하자. 2008년 여름 이후 피디수첩에는 완전 질려버렸고, 심지어 지지정당마저도 바꿨지만, 참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제발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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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서울중앙지법, "방송내용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


사실 좀 깜짝 놀라긴 했는데,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피디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될 수 없으며 과학적 사실을 잘못 전달한 걸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설사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다 치더라도 '왜곡' 하면 떠오르는 모 신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볼 때 형사처벌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그들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점만 확실히 해 둔다면 그들이 무죄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만 확실히 해 둔다면 백번 양보해서 '알면서도 왜곡'이란 내용까지는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차라리 유죄보다는 무죄 쪽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그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위에 적은 논리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위에랑 비슷하게 몇 마디 적고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였겠지. '그래도 샘통이다' 라고... 그만큼 내가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맞지만 이번 판결은 정말정말 심각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못했지만 형사처벌할 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무죄'라는 논리가 아니라,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니까. 이번 판결 결과를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판결문 전문을 게시판에 걸어놓고 자랑하는 피디수첩 제작진을 보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저들은 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것일까 하는...

판결문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자뻑질(자뻑일까 자폭일까)을 보며, 한 번 제대로 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하다. 너무 귀찮지만 아직은 짜증이 귀찮음을 압도한다. 근데 봐야 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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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때문에 쇠고기 협상 뒤집은 대만...우리는? (오마이뉴스)
대만發 '촛불 후폭풍', 한국에 역상륙할까? (프레시안)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지 않고, 나 진짜 2008년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이것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려던 대만이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소의 월령에 관계없이 6개 부위(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관련 생산품의 수입, 수출, 판매를 금지하는 쪽으로 식품위생법을 개정했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장 제기됐다.
(위 링크 기사. 프레시안)

우선 대만과 우리나라의 협상내용부터 비교해 보자.

수입금지되는 부위


대만 (식품법 개정 전) 참고자료
한국 (추가협상결과 반영) 참고자료
모든 월령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30개월 이상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뇌, 머리뼈, 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

빨간 글씨로 된 부분은 대만에선 금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위다. 왜 저런 차이가 생기냐면, 아래는 우리나라 협정서에만 있는 내용인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
본 수입위생조건 제1조(9)(나)의 적용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미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


미국 규정 9CFR§310.22(a) 에는 특정위험물질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냐면,

(1) 30개월 이상 소의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등배신경절
(2)
모든 소의 편도
(3)
모든 소의 회장원위부

...위에 링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사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저 규정은 수출용/내수용 공통이다. 그러니까, 아까 빨간 글씨로 해 놓은 삼차신경절, 경추, 극돌기, 정중천골능선 모두 제거된다. 우리나라에는 어차피 안 들어오는 부위라는 얘기다.

...그럼 어차피 안 팔고 안 들여올 부위를 왜 굳이 저렇게 써 놨냐고? 나도 몰라.
......혹시 몰래 빼돌려서 우리나라에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음모론 즐.

QSA

사실 저 위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OIE의 권고사항[각주:1]과 거의 일치한다. OIE는 WTO가 공인한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이다[각주:2]. 아무튼 저 협상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나 대만은 저 표에 적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위는 월령 상관없이 수입을 하게 되는 건데,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 미국 FDA의 규정[각주:3][각주:4]이나, 유럽연합의 규정[각주:5]이나 세부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OIE 권고사항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다고 몇 가지 조건을 더 달았으니 그게 QSA다. 그래서 애초 협상결과 SRM 제외하고 연령 상관없이 모든 부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서 30개월 이상 살코기(결국 30개월 이상은 아무것도 안 산다)를 제외시켰고, 30개월 미만에서도 뇌, 눈, 머리뼈, 척수를 제외시켰다[각주:6]. 대만도 QSA 를 통해서 자세한 수위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30개월 이상 소는 모두 제외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각주:7]. 이번 법 개정을 굳이 한 걸 보면 30개월 미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을 막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양국의 QSA 내용을 빼면 대만이 합의한 조건은 우리나라가 합의한 조건과 똑같다(QSA 내용을 합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강력했다). 물론 똑같은 걸 우리나라는 2008년 5월에 추가협상까지 해 가면서 만들어냈고, 대만은 그걸 2009년 10월까지 버티다가 만들어냈다는 차이는 있다. 아마 대만에게나 미국에게나 우리나라의 수입위생조건이 어떤 기준이 됐겠지. 물론 우리나라가 협상을 멍청하게 하는 바람에 주변국에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식으로도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애초에 안 위험한 걸 가지고 왜 꼭 땡깡을 부려야 되는 건데. 양쪽 모두 OIE의 권고사항보다 강력한 기준을 가지고 있잖아. WTO 체제 하에서 무역을 할 생각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와야 되는 거다[각주:8].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발라서라도 같은 기준을 국산 쇠고기에도 적용하던가[각주:9]. 이도저도 다 싫다면 그냥 WTO를 탈퇴하던지.

재협상?
대만이 이번 법 개정으로 6개 부위를 금지시키면서 분명 우리나라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 하게 되는 건 맞다. 그 차이는 두 가지, 30개월 미만의 내장과 역시 30개월 미만의 분쇄육이다. 대만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하겠다고 한 말 때문에 신난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보자. 저게 협상이냐? 기껏 다 협상하고 도장찍은 걸 뒤에서 국내법 바꾸고 입 닫은 거잖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저거 WTO에 제소라도 들어가면 백이면 백 다 깨진다. 본전도 못 뽑고 OIE 권고안대로 수입하게 되는 수가 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 저 정도 열어준 거라도 어디냐 하고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어떡하자고. 대만에서 법 바꿔서 뒤통수친 걸 가지고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고 '재협상'을 하자고? 애초에 저 결과는 대만과 미국의 '협상'결과로 나온 게 아니다. 차라리 우리도 대만처럼 협상 상대국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법 바꿔서 막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은 있다고 봐 줄 수 있겠는데, 재협상이라니, 재협상이라니!! 

근데, 법 바꾸면 해결될까? 까딱 잘못하다가는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데다가 그나마 추가협상과 QSA로 막은 미국쇠고기까지 OIE 기준대로 풀어주게 될 가능성이 있지[각주:10].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든 캐나다 쇠고기가 들어오든 미국산 쇠고기 월령제한이 풀리든 내가 보기엔 다 안전하니까 난 상관없다. 그래도 도저히 불안해서 안되겠다 하시는 분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데, 재협상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가능성 높고, 법 가지고 장난치다가는 겨우 막아놓은 것까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 높다는 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성공률을 높이려면 당장 한우에 대해서부터 월령기준이랑 SRM 기준 빡세게 정하고, 검역 제대로 하고, 법을 바꾸려면 같은 기준을 한우에도 적용시키는 게 좋을 거다. 우리나라는 이제 땡깡부리면 되는 후진국 및 개도국이 아니라 나름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바른 행실을 요구받는 선진국이란 걸 명심하자[각주:11].

이쯤 하면 일본드립이 한 번씩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일본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자. 일본이 그런 조건으로 협상하려고 얼마나 돈을 들여가면서 고생했는데. 거기다가 그거 다 뻘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각주:12]. 근데 우리는 뭘 했을까? 난 한우에 월령제한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고, 한우에서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다(도저히 못 찾겠으니 혹시 그 기준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블로그며 커뮤니티에 저런 거 퍼날라놓고 비분강개하여 나라 걱정하는 댓글 하나 달 때마다 이쪽 표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명색이 언론사라는 곳들에서 저런 기사 하나씩 때려서 어떻게든 촛불을 되살려보려고 할 때마다 지역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그리고, 명색이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것들이 저런 거에 흥분해서 당장 재협상하라고 설레발칠 때마다 재집권이 5년씩 멀어질 거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이미 내놓은 진보신당[각주:13]이랑 민주노동당[각주:14]은 그렇다 치는데, 민주당[각주:15]. 너마저...orz


p.s. 내가 그래서 노무현이 원망스러운 거야. 물러나기 전에 확 다 열어제끼고 나갔으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는 안 됐을 거 아냐. 정말이지 요새는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 자폭 팀킬만 하는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전부 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목마 같애. 이제 어디 찍어야 돼?

p.s. 이제 이 문제로는 화내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귀찮은데, 그래도 글에서 감정을 빼는 건 쉽지가 않다.

p.s. 이쯤에서 꼽아 보는 적절한 추천도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유수민. 지안. 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정지민. 시담.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양기화.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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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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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몇 군데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하나도 안 먹었다던가, 어디어디 전경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였다던가 하는 얘기들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정부 ‘미국산 쇠고기’ 전경들만 먹였다 (경향신문)

어디어디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하나도 안 먹었다던가, 어디 전경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던가 하는 것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 혹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부터 일단 짚고 가자. 쇠고기의 안전성은(미국산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것이든) OIE 등급이라던가, 동물사료 관련 조치의 수준, 위험부위의 제거, 월령 제한, 해당국가의 광우병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다. 당연한 것 같은데 의외로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 듯...

구내식당이나 급식소가 딸린 기관/시설에서 그걸 직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이 업체에 위탁해서 해당 시설을 관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부청사들도 그런 것 같다.

(전략) 8개월간 중앙청사 2161.2㎏, 과천청사 3325.5㎏, 대전청사2265.5㎏, 제주청사 474.6㎏ 춘천청사 8㎏ 등 5개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는 호주산 쇠고기만 공급됐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 재개된 뒤 정부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시중에서는 본격적으로 유통됐지만, 정작 공무원 급식에는 한번도 공급되지 않은 셈.

 

이들 청사 대부분은 구내식당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구내식당을 담당하고 있는 위탁급식업체 E사의 업소 관리 담당자는 "우리가 쇠고기를 공급받는 거래처가 축협인데, 축협에서 미국산을 취급하지 않고 호주산만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자연히 호주산만 취급하게 된 것 같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후략, 강조는 인용자)



급식서비스를 맡기는 쪽에서 위탁업체에 어느 정도까지 요구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껏해야 식사의 가격대 정도, 잘 해 봐야 메뉴 구성에 몇 마디 할 수 있는 정도겠지. 업체가 서비스를 한두 군데에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야 분명 대량거래를 통한 비용절감 혹은 안정적인 공급 등의 이유로 식재료의 공급원과 경로 등은 정해져 있을 거다. 수많은 고객들 중 하나가 원한다고 해서(설사 그게 정부청사라고 해도) 재료 공급라인을 늘리거나 혹은 바꾸는 게 쉬울까? 아니 가능하기나 할까?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기업이 그걸 하려고 할까?

더군다나 다른 재료도 아니고, 무려 '미국산 쇠고기'다. 실제 위험한 정도와 관계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 위험하다 주문을 외워대는 바람에 웬만한 사람은 그냥 찝찝해서라도 안 먹고 말지 하는 바로 그것. 근데 그걸 단 하나의 고객을 위해서 새로 수입해서 공급하라고?

 (전략) 급기야 한 국회의원이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등장시키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정장관은 단비라도 만난 듯 선뜻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과천정부종합청사와 정부중앙청사에 위탁급식을 맡고 있는 풀무원계열의 위탁급식업체 ECMD(이씨엠디)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급식업체로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장 중요한 데 미국산 쇠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설사 고객사가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요청한다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후략, 강조는 인용자)


[기자수첩]농식품부장관의 애처로운 답변 (머니투데이)

당시 2MB나 정운천 장관이 너무나도 억울한 나머지, '그렇게라도 해서 안전성을 입증하겠어!'라며 정말 강력하게 밀어부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대부분의 급식업체에게 퇴짜를 맞았겠지만 어찌어찌해서 결국 급식업체 하나를 잡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기 시작했겠지.

...그리고 몇 개월 후 그 업체는 정의의 네티즌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들여오는 악덕업체로 찍히게 되고, 그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갔겠지.

그래도 뭐, 이명박의 의지가 정운천보다는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이명박이 청와대에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 오기 위해 컨트롤해야 했던 사람 및 기타 일들이 정운천보다 적었거나. 어쨌든 최소한 청와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는 거다.

(전략) 청와대는 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상반기 구내식당에서 소비된 쇠고기 3천 81kg 가운데 원산지별로 가장 많이 소비된 쇠고기는 1천614kg을 차지한 '호주산'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은 1천156kg으로 국산 소비량인 311㎏의 3.72배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역시 호주산, 미국산, 국산의 순서를 보였다.(후략)


청와대 "미국산 쇠고기, 한우보다 3.7배 더 먹는다" (노컷뉴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거다. 아니, (아마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청사라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왜냐면 미국산이 호주산보다 비싸거든. (물론 한우는 훨씬 더 비싸다) 이건 몇 군데 수입업체 홈페이지만 둘러봐도 보이는 거다.
http://www.bestwoo.kr/shop/goods/goods_list.php?category=007
http://www.beef.co.kr/2006/bbs/board.php?bo_table=notice

물론 수많은 회사가 쇠고기를 다룰 테고, 개중에는 미국산을 호주산보다 싸게 들여오는 데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미국산이 호주산에 비해 가격면에서 그리 큰 강점이 없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청사에서 요구한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 올 용가리 통뼈 수입업자가 있을까? 작년 여름의 촛불시위를 보고도?

이쯤 하면 대충 예상되는 게, '싸고 질좋은 쇠고기' 드립. 그러니까, 이명박이 지 입으로 분명 ★싸고★ 질좋은 쇠고기라 했는데 왜 안 싸냐는 거지. 이쯤 되면 정말 이것들이 농담따먹기를 하자는 건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텐데, 뭔가 우기다가 잘 안되면 '싸고 질좋은 쇠고기라고 했는데 왜 비싸냐'고 드립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럼 어떡할까? 미국산 쇠고기를 '싸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정환율제라도 할까? 아니면 국가에서 독점해서 싼 값에 공급할까?

도대체 이게 무슨 깜이라고 생각한건지 대서특필해 댄 언론들은 반성 좀 하자. 또,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뒷조사까지 해서 자료랍시고 공개한 민주당 모 의원은 특히 처절하게 반성 좀 하자. 도대체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문제에 있어서 아예 뇌 사용하는 걸 포기한 ㅈㅂㅅ당이나 ㅁㄴ당이야 그렇다 치고, 민주당 이름 걸고 그 짓거리를 하고 있으면 도대체가 쪽팔려서 난 앞으로 어딜 찍으라는 거냐. 정말이지 내가 한나라당이라도 찍는 꼴을 봐야 이것들은 속이 시원할까?

정말이지 죽은 사람 두고 이런 말 하기 싫은데, 노통이 참 원망스럽다. 왜 쇠고기를 끝까지 끌어안고 있다가 일을 이렇게 만들어. 보면 결국 광우병 사태에서도 제대로 된 지식과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사람은 좌우를 막론하고 극소수였고, 피디수첩을 앞세워서 괜히 좌파들이 날뛰는 바람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견은 과학적인 근거보다도 개개인의 정치성향에 의해서 갈렸다. 피차 잘 모르기는 똑같은 상황(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가 왜 안전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에서 줄 잘못 선 한쪽만 완전 병신된 상황이고, 더 최악인 건 아직까지도 지들이 잘못 찍은 줄 모르고 점점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목소리는 그들이 제일 크다는 거다.

...그러니까 애초에 노통이 쇠고기까지 깔끔하게 열고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물론 작년의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이 주축이 되어 선동을 시도했겠지만 그 타겟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이었을 때보다는 그 선동의 파괴력과 전염력이 훨씬 떨어지지 않았을까? 게다가 임기말에 열어놓고 퇴임해버렸다면 (정치적인 이유로) 이명박 정권에서 쇠고기로 노무현을 까고 있었을 사람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적었을 테고. 어차피 허황된 상상인 걸 아니까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면, 노무현이 쇠고기를 풀어놓고 낙향했다면 지금 좌빨이니 촛불좀비니 하며 낄낄대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오히려 촛불을 들고 난리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제발, 광우병 떡밥은 이제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단 말이다. 그래 가지고 언제 집권할래?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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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식


한 미국쇠고기 수입업체가 김민선 등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사태가 이사람 저사람 끼어들면서 점점 커지는 모양이다. 근데 구경을 하고 있자니 이거 너무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관전평이나 한 번.

탤런트 김민선 "美쇠고기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 먹겠다" (2008.05)

아마도 저게 이번 일의 발단이라고 볼 수 있겠지.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올라가면 저 발언 며칠 전의 피디수첩이나, 그 전의 일이라면 이명박-부시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급히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소고기 협상, 그보다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 시절 미국쇠고기에 대한  좀 과도한 수입제한조치 같은 걸 꼽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아무래도 김민선의 청산가리 발언이겠지.

혹자들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의 광우병 선동이 원인이라고 외치고 싶겠지만 글쎄. 조중동의 입장은 대충 2007년부터는 광우병 선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뭐 그마저도 이명박(혹은 다른 한나라당 후보)의 차기 대선 당선을 확신하고 미리 밑밥을 뿌려둔 거라던가, 광우병보다 한미 FTA 체결이 더 중요해서 그랬다던가, 아무튼 이유를 갖다 붙이면 끝도 없겠지만 관심법을 쓸 생각은 없고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건 그랬다는 얘기다. 특히 그중 동아가 '우린 정권 바뀌니까 말바꾸기 한거 아님'이라고 변명에 열심이었다. 오히려 얘네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_-;;

[특파원 칼럼/이기홍]쇠고기,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거리 (2008.06.26)

[독자와 함께]어떤 협박에도 펜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2008.08.01)

이상은 정권 바뀌어서 말 바꾼 거 아니라는 동아일보의 항변.
그리고 이하는 2007년을 전후하여 나온, 동아 기사들. 읽어보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분위기.

쇠고기 뼛조각’ FTA로 파편 튀나 (2006.11.30)
[특파원 칼럼/이기홍]워싱턴의 이구동성 (2007.01.25)
[기자의 눈/김승련]‘쇠고기 뼛조각’에 흠집난 한국 이미지 (2007.04.14)
검역원 “홈플러스 쇠고기 뼛조각 이상 없다”  (2007.07.31)

아... 좋아하지도 않는 것들에 대해서 장문의 변명을 늘어놓으려니까 속이 불편하다. 게다가 애초에 쓰려던 얘기도 이게 아니었는데. 다시 병림픽 얘기로 돌아가서.

아무튼 내 얘기는 이번 사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결국 에이미트와 전여옥이 김민선의 일년 전 얘기를 걸고넘어진 거라는 얘기. 그래서, 하나씩 구경해보자.

#1. 김민선의 뻘소리


링크는 맨 위에 했으니 생략. 그녀가 당시 싸이에 썼던 글을 직접 볼 수 없는 건 유감이지만 워낙 많은 언론이 당시 그 글의 내용을 퍼다날랐으니 뭐... 지금이야 '광우병 쇠고기>청산가리'에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아닌가?) 그때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나도 지금이야 둘 중에 하나를 먹으라면 당연히 광우병 쇠고기를 고르겠지만, 작년 그때였다면 모르겠다. 그때의 분위기도 그렇고, 그 때 내가 갖고 있던 지식의 수준도 그렇고.
그래서 그 때 김민선의 발언은, 다분히 악의적이었던 피디수첩의 편집과 반이명박의 목소리가 드높던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녀가 광우병과 그에 관련된 의학적 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을 리 없었다는 점, 또 어디까지나 개인적 공간인 싸이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냥 피식 웃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2. 에이미트의 소송

미(美)쇠고기 수입업자들, PD수첩 고발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도대체 왜 지금와서 지랄이냐?' 라는 질문(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_-;; )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어쩌랴. 버르장머리를 고쳐 줘야겠다는데... 물론,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잘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겠다는 그 의지는 좋은데,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건, 원래 애들이 잘못했을 때 그걸 지적하고 혼내는 건 바로 그 순간에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는 거다. 시간이 지나버리면 일단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까먹는 데다가, '도대체 왜 지금와서 지랄이냐?'라는 반감이 들고, 잘못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평소의 악감정을 그 잘못을 핑계로 드러낸다는 느낌이 들거든. 김민선과 피디수첩 제작진이 어린애가 아니니 그 동안 공부를 했다면 자신들이 한 일이 뭐가 틀렸는지는 알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이 뜬금없는 소송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도대체 왜 지금와서 지랄이냐?'고...

아무튼 오마이뉴스와 한 다음의 인터뷰로 에이미트 사장님은 병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셨다.

"미 쇠고기 홍보대사되면 소송취하 고려"
"10대 계속 미 쇠고기 안 먹으면 체력 저하"


분명 촛불집회가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래서 사장님의 억울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흥분하셨다. 저렇게 앞뒤없이 울분을 토해내는 사장님을 보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참고 계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오마이뉴스가 아니라 조중동이랑 했으면 편집이라도 좀 예쁘게 해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건 뭐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느니, 미국산 쇠고기 홍보대사를 하면 용서해 주겠다느니, 미국산 쇠고기 안먹으면 영양상태가 안 좋아질 거라느니 하시는 걸 보면 이건 인터뷰를 에이미트 사장님 말고 사장님의 초등학생 손자랑 한 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김민선도 피해자다. 피디수첩을 순수하게 믿고 흥분해서 글을 쓴 글을 언론들이 또 신나서 뿌려대는 바람에 그녀 자신의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깎이고, 더군다나 누군지도 모를 전문가보다 연예인 언니오빠(형 누나)들의 말을 더 믿는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덥썩덥썩 낚여주는 바람에 김민선이 그 글을 쓰자마자 그 글은 그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버렸던 거다.

#3. 전여옥의 지원사격


연예인의 한마디-사회적 책임 있다.


에이미트 사장님과 전여옥의 글을 거치면서 김민선의 한마디는 '악의적인 한마디'로 확정돼 버렸다. 물론 정말로 김민선이 나쁜 의도를 품고 일부러 그런 자극적인 어휘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난 흥분해서 아무 생각없이 나온 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근데 이 사람들, 너무 확고하다. 에이미트 사장님("그런데 청산가리라니. 이건 의도적으로 선동한 거다.")이나, 전여옥("연예인 김모씨의 '악의적인 한마디'에,")이나. 이쯤 되면 이건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정도가 아니라, '나쁜 의도로 그랬음이 확실하다'는 거다. 에이미트 사장님이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대충 정신상태를 봤으니 이해하겠는데, 전여옥씨는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분이 일개 연예인을 향해 관심법을 시전하다니. 초능력자가 참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아이큐 430에 공중부양과 축지법을 시전하는 어떤 분만이 아니었던 거다. 나름 책도 베껴쓰고 메이저 정당의 대변인까지 지냈던 분이 초능력자라니 흠좀무.

연예인이 정치인인들이나 각 분야의 지식인들보다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을 몰고 다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대중들이 연예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노출될 기회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근데, 연예인이 어쩌다 뻘소리를 했을 때, 이를 바로잡아주는 게 정치인과 지식인의 역할이고, 사실을 판단해서 제대로 된 쪽에 무게를 실어 주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피디수첩의 선동 앞에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침묵하고, 언론은 그게 무슨 얘긴지 따져보지도 않고 연예인 누가 그랬다더라 하는 기사만 주구장창 쏟아내고 있었으니 우리 중고등학생 소년소녀들은 덥석덥석 낚일 수밖에 없었겠지. 그래 놓고 이제와서 한다는 소리가 '니가 헛소리하는 바람에 애들이 낚여서 촛불시위하러 나왔고 촛불시위때문에 손해가 얼마니까 배상하고 앞으로 입닥치'라는 게 정치인이 할 소린가?

#4. 정진영의 동료애


'사실 잘 모르는' 연예인 입조심 하라?
 전여옥 의원님, 배우도 시민의 권리가 있습니다


아... 뭐랄까. 그래. 처음 시작은 좋다. 앞쪽 절반까지도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문제는, 분명 정진영은 '사실 잘 모르는' 연예인은 입조심하라는 말을 반박하기 위해 이 편지를 썼을 텐데, 이 편지가 바로 '사실 잘 모르는' 연예인은 입조심하라는 주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도 시민이니까 정치/사회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연예인도 사람이니까 잘 모르고 실수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 데까지만 나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정진영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는 명제를 참으로 만들려고 시도한다. 문제는 당연히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거고, 더 큰 문제는 그 시도로 인해 무수히 많은 깔 거리가 만들어지며 그래서 글 전체가 순식간에 코메디가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사실을 잘 몰라도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다'를 넘어서 '당시 김민선의 말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정진영은 너무 무리했다. '자기가 먹을 것이 위험하다 우려해도 정치적 견해인가요?' 라는 말을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전제를 은근슬쩍 깔고 들어가는 정도는 약과다.

  특히 정치적인 논리는 진리를 추구하는 논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정치적 전략과 전술은 진리를 구현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다만 이기기 위한 것일 뿐이지요. 이기면 반칙도 합리화되고, 거짓말도 합리화 되는 것이 정치의 세계이지요. 진실이든 아니든 사실이든 아니든 다중에게 호소하여 표를 얻는 행위가 정치행위이지요? 그렇게 얻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치행위이지요? 제가 너무 냉소적인가요? 예, 저는 최소한 현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서는 냉소적입니다.

이른바 '사실' 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서 작년에 많은 전문가들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과학적 사실이란 것은 항상 논란거리입니다. 접근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것이 과학이거든요. 믿을 수 있는 과학자를 판별할 능력을 우린 갖고 있지 않고,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별할 과학적 지식을 일반인은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제 막장테크를 타기 시작한다. 창조론자/음모론자/한의학 옹호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 '헛소리해서 시끄럽게 만들고 대단히 중요한 논쟁인 것처럼 호도하기/불가지론/인식론적 상대주의'의 공격이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온다. 좀 당황스럽다. '잘 모르면 말도 하지 말란 소리냐'도 좋고, 전여옥 씹어준 것도 좋았는데,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진영논리에 빠져 있으면 어떻게 막장테크를 타게 되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 버렸다.

#5. 진중권의 오지랍


김민선 피소? 어느 수입업자의 불량한 상도덕


아... 진교수님이 심심하셨나 보다. 최근의 일로 앞으로 그의 글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앞으론 좀더 공부를 하고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서 작년 백분토론에 나와서는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침묵을 지키던 모습. 이 사람은 토론 준비를 다음 아고라에서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그 말들. 물론 정진영이 잘 말해줬다시피 사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시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명색이 대학교 겸임교수고,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시사논객의 한 사람이라면 좀 더 수준높은 얘기를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어디 다음 아고라 같은 데서 긁어온 것 같은 글들 말고... (물론 남이사 블로그에 뭐라고 쓰든 니가 뭔 상관이냐고 물으면 할말 ㅇ벗다)

근데, 애석하지만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 진중권이나 정진영이나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라는 명제를 기본 전제로 깔아 놓고 글을 쓰려니 글이 엉망이 되고, 촛불시위의 원인을 찾는데 굳이 피디수첩만은 빼놓고 찾으려고 하니 더욱 더 엉망이 될 수밖에...

#6. 변희재의 스토킹


김민선과 TN엔터,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시론/변희재]연예인 김민선, 미국인 박경신
"박중훈 글 마음껏 쓰고, 김민선은 빠져라"

변희재는 참 대단하다. 싸움판에 뛰어든지 일주일도 안 되어 글 3개를 쏟아내며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연예인들을 양민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간의 패턴으로 보아 당연히 진중권이 끼어드니까 변희재도 진중권을 공격하면서 따라서 끼어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변희재가 먼저 뛰어들었다. 첫번째 글은 진중권의 글보다 먼저 쓰여졌고, 세번째 글은 박중훈의 글보다 나중에 쓰여졌지만 그냥 #6으로 묶기로 했다.

변희재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근데, 왜 기껏 앞사람들이 개그콘서트장으로 만들어놓은 싸움판에 백분토론 모드로 끼어드느냔 말이다. 예전 고재열이 썼던 글의 한 대목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나는 변희재에게 졌다.
나는 변희재와 바둑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희재는 나와 알까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알까기에는 재주가 없다.
기권하겠다.

그렇다. 변희재가 이겼다. 근데, 좀 체급이 맞는 데서 놀아 달라는 거다. 이를테면 '60억분의 1의 사나이' 효도르가 어디 시골 중고등학교를 돌면서 '니가 이 학교 짱이냐?'하고 다니고 있으면 좀 웃기잖아. 더군다나 기껏해야 중고등학교 일진들을 상대로 효도르가 칼을 휘두른다면 그보다 더 웃긴 일이 있을까. 근데, 변희재는 왜, 도대체 왜, 개그콘서트장에 정색을 하고 진지모드로 뛰어드는 것도 모자라서, 좋은 말로 논리만 밟아주면 될 걸 왜 굳이 인신공격에 협박까지 하고 있는 걸까? (자기자랑도 곁들여서) '듣보잡'이라는 단어의 정의마저 갈아치우며 초고속 성장한 한 청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심에 목마른 것일까?

#7. 박중훈의 사행시


박중훈, 저도 글 올리는 걸 그만둬야 하나요?

동료 연예인이 '지적 수준'이 모자란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학살당하는 게 못마땅했던지 한팔 거들고 나섰다. 문제는 이 글 때문에 본격적으로 배가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더 이상 주제는 '김민선에 대한 쇠고기 수입업체의 소송(좀 더 확장하자면 연예인의 사회적 책무)'이 아니게 돼 버렸다. 아무리 분하고 급했어도 좀 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글을 써야지. 이 글은 결국 한줄 요약하자면 '니가 뭔데 우리 진영이 까냐? 짜증나네?'라는 내용밖에는 안 되는 거다. 물론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다 보면 주제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사실 박중훈의 글에는 딱히 주제라고 할 것조차도 없다-_-;;; ). 그러면 그냥 적절히 무시하고 계속 얘기를 진행하면 되는데, 우리의 변희재, 또다시 정색을 하고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변희재의 연예인 양민학살과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주제뿐. 난 박중훈과 변희재보다도, 박중훈이 '개인공간'인 트위터에 올린 별 내용없는 글을 아무 생각없이(작년 김민선 청산가리 글처럼!) 신나서 여기저기 뿌려댄(그래서 변희재 귀에 들어가게 한), 언론들이 더 짜증난다.

# 폐막식


김민선에 대한 에이미트의 소송에서 시작된 이번 병림픽의 주제는 '연예인은 공인인가?'를 거쳐 어느새 '연예계, 대대적 정화가 필요하다!'가 돼 버렸다. 챔피언은 누가 뭐래도 개그콘서트장에 백분토론 모드로 뒤늦게 난입하였으나 물량공세를 통해 싸움의 주제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려는 틈을 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적절한 자기자랑을 곁들여) 모두 다 해버리는 데 성공한 변희재. 게임이 끝난 경기장에 남은 건 까이고 까여 가루가 되어버린 '지적 능력 떨어지는' 연예인들의 시체와, 어느새 듣보잡이 되어버린 전여옥과 진중권, 그리고 진심으로 미래 세대의 영양상태를 걱정하는 에이미트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뿐. '...이겨도 넌 병신이다'라고 써 있는, 디씨에서 만들어졌다는 어떤 짤방이 생각나는 순간이다(짤방 첨부는 귀찮아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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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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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광우병 청산가리’ 발언 피소 “사태 지켜보고 있는중”

이 건으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결국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
그 중에서 사진이 예쁘게 나온 걸로 링크하려고 골라 보다가 졸려서 포기.
사실 청산가리 발언 이전에도 별로 관심없던 연예인이라 별로 정성들여서 기사를 고르고 싶지 않았음ㅜㅜ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그냥 웃겼다. 잘 모르고 헛소리 하더니 고생하는구나 하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또 웃겼다.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저런 걸 이제 와서 걸고넘어지나 하고.
그런데 또다시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제 무식하면 죄가 될 수도 있는 건가?

'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긴 있다. 근데, 이 말이 실제로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건 자연과학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되니까 처벌해달라는 거 아닌가? 아, 물론 무식하면 주위에 민폐를 끼치고 자신도 고생하는 건 맞다. 근데 그렇다고 '니가 무식해서 내가 삽질했으니까 돈 내놔'라는 건 좀 보기에 웃기다. 그래서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 의외로 진지한 것 같다.

난 일기예보가 틀렸다고 기상청에 소송을 걸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비전문가에다가 문외한인 한 연예인의 헛소리를 걸고넘어지는 소송이라니. 솔까말 김민선도 피해자 아닌가? 적어도 그 사건 이후로 나에게 그녀는 무식한 연예인으로 각인되어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으니까. 말 나온 김에 김민선도 PD수첩에 소송 걸어라. 너네 말 믿었다가 이미지 완전 X됐다고, 이거 어쩔 거냐고...

아무튼,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정말 과학적 지식의 부재는 죄가 되는 걸까? 아, 이건 물론 형사가 아니라 민사니까 이걸 가지고 죄가 되네 안 되네 따지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다. 근데, 정말 몰라서 헛소리를 좀 했는데 이것 때문에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본(것 같다고 주장한)다면, 그걸 물어 줘야 되나? 근데 그렇다면 피디수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죄밖에 없는 김민선보다 피디수첩을 때리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아참, 피디수첩도 같이 때리고 있구나-_-;;; ) 그나저나 굳이 김민선 하나만 걸려든 건 아마도 피디수첩의 해당 편 방송 이후 가장 먼저 뭔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그 뒤에 줄줄이 비슷한 글 올렸던 다른 연예인들은 지금쯤 X줄이 타고 있지 않을까 싶다...-_-;;;

아무튼, 아는 게 부족한 사람이 의욕이 넘치면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건 맞다. 그리고 '잘 모르고 함부로 말했다가 X되는 수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그런 사람들이 입을 다물면 세상이 좀더 편한 곳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진심이다. 물론 그럼 나도 입 닫고 찌그러져야겠지만). 그래서 난 솔직히 전국민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과학논문 하나씩 썼으면 좋겠다. 근데 그건 그거고, 아무리 그래도 이번 소송사건은 좀 병신같다.

아, 근데, 난 청산가리를 먹느니 차라리 광우병 걸려 죽은 소를 푹 고아 먹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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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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