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31 서거드립 제 2탄
  2. 2009.08.23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며
우연히 좋은 곳을 발견, 지난번 글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그럴 것이다라고 어느 정도 확신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각 전직대통령 사망 다음날의 기사 제목이 어떻게 나와 있나 정리했다. 다만, 지난번 조선일보 경우처럼 제목이 따로 정리돼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직접 지면을 눈으로 읽으며 찾아야 했다는 거... 다행히 1990년 이전의 지면 PDF파일이 제공되는 건 한국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네 종밖에 없었고, 지면 숫자도 별로 많지 않아 수고를 덜었다. 다만 이승만 박정희 때는 '한자 + 세로쓰기 + 인쇄상태 나쁨' 의 콤보로 인해 대충대충 읽은 관계로 빼먹은 부분이 있을지... 도 모르겠다-_-;;;

아무튼, 귀찮은 관계로 다- 생략하고, 기사 '제목'에서 '죽음'을 뜻하는 단어 중 어떤 단어가 사용되었는가만 확인해 봤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으로...
* 이름 밑의 날짜는 '사망한 날'이 아니라 "사망 다음날"

...좀 예상과 달랐던 건,
첫째, 박정희의 죽음에 대해 '서거'를 사용한 신문이 많았다는 거. 조선일보조차 사용하지 않은 표현을다른 신문들이 사용했다는 건 좀 의외였다. 기사 내용을 대충 보면 그 중에서도 서울신문이 특히 박정희를 많이 좋아라 했던 듯하다.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박정희가 죽은 후에도 눈치를 봐야 했거나, 아니면 박정희가 어쨌든 인물은 인물이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난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둘째, 동아일보는 최규하의 죽음에 대해서도 '서거'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 최규하가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동아일보는 그 시점에 이미 전직대통령에게는 서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던 걸까?

노무현과 김대중의 경우는 예상대로 서거로 통일. 노무현의 사망 직후, 대부분 언론사에서 제목에 '사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가 네티즌들의 항의 폭주로 황급히 '서거'로 바꾸던 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노무현에게는 사망, 김대중에게는 별세 정도의 표현이 대세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예상하고... 동아일보가 최규하에게 사용했던 서거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지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되었을 테지만, 다 지나간 마당에 별 의미없는 일이겠지. (게다가 그렇게 시끄러운 일 없이 넘어갔으면 내가 지금 이런 거 찾고 있지도 않겠지-_-; )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언론들이 박정희의 죽음을 높여서 서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까지는 서슬퍼런 독재 시대의 아픈 단면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근데 인터넷 스타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전직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표현을 다시 '서거' 로 바꿔버렸으니 이걸 어쩌지?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나중에 전두환이 죽었을 때 언론이며 방송에 '서거'로 도배되는 거다. 정말 그런 꼴까지 앞으로 봐야 되나? 설마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의 네티즌들은 다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서거가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따져 줄까? 그럼 애국민주네티즌들과 전사모의 대결을 볼 수 있을까? 그분의 아호를 따서 이름붙인 공원까지 만들어지는 판이니 그분 역시 상당한 수준의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 가정한다면, 꽤나 볼만한 판이 벌어지겠다. 그거 보고 있으면 분명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우리 ***오빠대통령 정도는 돼야 죽었을 때 서거했다고 할 수 있는 거임! 어디 (독재자/빨갱이) 주제에 감히!"

분명히 중딩 때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신경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일 거야... 아, 정말이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고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진다. 하아...

...그리고 그보다 더 우울한 건, 다 써놓고 보니까 내가 도대체 왜 저걸 찾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또 주말이 이렇게...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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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유감과 조갑제닷컴 안드로메다 기행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당일, 수많은(아마도 모든) 인터넷 사이트들은 검은 톤의 근조 배경으로 갈아입고 포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라는 기사를 긴급속보로 내보냈다.

고인을 애도하는 건 좋은데,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더군다나, 포털의 배경화면 바꾸기나 서거라는 표현은 노무현 사망(과 당시 네티즌들의 압력)으로 인한 학습효과처럼 보여서 더더욱 마음에 안 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한 정보이기 때문에 장담은 못하지만,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내 기억으로 배경을 검게 바꾼 포털사이트는 없었다. 애도를 다른 사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자기 마음 속에서 하면 되는 걸 굳이 며칠동안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검은 톤으로 갈아입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냐는 거다. 더군다나, 어차피 사람들이 인터넷하면서 계속 그 화면을 보고 있다고 해도, 인터넷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문이나 애도와는 별 상관없는 일을 한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배경화면 바꾸기인가? 노무현 때나 이번의 소동ㅡ검은색 배경화면이나 서거 파동ㅡ은 결국 인터넷의 철없는 일부 빠들의 정신적 자위행위를 위한 건 아닌가?

또, 지금까지 사망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를 봐도 서거라는 표현은 노무현 이후에 굳어진 걸로 보인다(아래 자료 참고). 그리고, 노무현 사후 '서거가 옳은 표현이다, 포털사이트는 왜 애도를 표시하지 않느냐'며 설레발치던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이승만(서거, 운명, 부음), 박정희(유고), 윤보선(별세, 타계), 최규하(별세) 그 누구의 경우에도 노무현, 김대중의 경우처럼 모든 표현이 서거로 통일된 적은 없었다(다만, 노무현의 경우만 盧로 표현된 건 눈에 띈다. 조선일보만 그런지, 다른 신문들도 그런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 최규하 사망 후 노무현 사망까지의 3년 동안 죽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서거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어떤 공감대가 이루어진 거라면 모를까,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그런 면에서,

 ...언론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서거'를 전직 대통령 專用으로 하는 것은 계급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정신과 맞지 않다. 1987년 이후 현직 대통령에게까지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한 나라이다... (조갑제, 2009년 5월 23일)

 조갑제가 노무현의 죽음 이후 쓴 글의 일부인데, 적어도 이 대목에만큼은 조갑제에 100% 동의한다. 물론 같은 해 2월에 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말이다.

올해는 朴正熙(1917~1979)가 서거한 지 30주년이다. 62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하여 한국을 근대화시키는 데 旗手(기수)가 되었던 민족사의 大인물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도자였다. 그의 삶 속에서 특히 드라마틱하였던 62개 장면들을 뽑아 소개한다. 이 장면들은 박정희 개인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들이다. 별도의 설명이 없는 장면은 필자가 쓴 '朴正熙 傳記(全13권)'에서 뽑은 것이다... (조갑제, 2009년 2월 17일)

1987년 이전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었으니, 유신독재체제의 수장으로 살다 민주화 이전에 죽은 박정희에게 그가 살았던 시대의 가치관을 적용해 전제군주에게 맞는 어휘선택을 한 거라면야 뭐 할 말은 없겠다. 다만, 이 분이 자신이 지지하고 존경하는, 한국 근대화의 기수가 되었던 민족사의 대인물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도자 박정희 각하의 서거 30 주년을 맞아 쓴 글도 '사망'이나 '피살' 혹은 '죽음'정도의 어휘를 사용해서 고쳐쓰는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준다면야 앞으로 이 분의 글도 진지하게 읽어 드릴 의향은 있다.
(조갑제닷컴이 그냥 조갑제의 개인적 공간이라면 내 글도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이긴 하다. 조갑제가 말하고 있는 건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에 해당되는 내용이니까... 근데 조갑제닷컴을 보면 난 이걸 개인사이트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돈을 내면 어떤 특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려 '유료 존'도 있다. '수익추구를 한다고 해서 개인사이트가 아니고 언론이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구성이나 여러가지를 볼 때 조갑제닷컴을 최소한 그냥 개인사이트나 블로그 수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그래서, 김대중 사후 모든 기사의 제목이 '서거'로 통일되는 것을 보면서 조갑제가 또 노무현의 죽음 때처럼 서거드립을 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갑제닷컴에 구경을 갔던 건데, 아무래도 한번 써먹은 건 식상하셨던 것 같다. 이번엔 국장을 트집잡기 시작하셨다.

한참 웃다가, 문득 이명박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서 씹히고 오른쪽에서 까이고... 김대중 국장이 불만이면 국장의 빌미를 만들어 준 법을 까던가, 굳이 국장을 요구한 유족 등을 까던가. 적법하게 장례 치뤄준 이명박은 또 무슨 잘못이람. 정치적으론 이명박에게 반대하지만 인간적으론 이제 동정심마저 들려는 순간이다. 조갑제는 혹시 우파의 X맨을 가장한 지능적 우파가 아닐까(뭔소리래-_-; )?


#2. 서울광장을 다녀와서

목요일, 서울광장에 가서 그를 조문했다. 솔직히, 난 어려서 김대중-박정희, 김대중-전두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거기까지는 별로 관심없기도 하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김대중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모 사이트의 모 논객들의 글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고...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조문을 하러 갔다.

가서 근조리본을 받고 줄을 서서 들어가는데, 좀 짜증나는 게 있었다. 장례식장 천막 기둥 이곳저곳에 붙어 있던, 이명박과 조중동을 욕하는 문구들이 쓰여 있는 플래카드들. 급하게 대충 만들었는지 검은색과 붉은색 매직으로 손으로 쓴 글씨와 조잡한 문구들... 사진이라도 찍어 올리면 좋겠지만 장례식장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도대체 장례식장에서 뭐 하는 짓거리들이지?

물론 김대중이 노무현의 경우처럼 뒤끝있는 정권의 표적수사로 핍박받다가 자살해버린 건 아니지만, 분명 김대중의 죽음은 그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그의 일생과 정치철학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어느 정도 그와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들을 돋보이게 하며 그 반대쪽에 있는 정치세력들을 안 좋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거다. 근데 그런 자리에다가 매국노니 뭐니 하는 배설글들을 걸어 놓는 건 도대체 뭐 하자는 짓이냔 말이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예의지만, 정말 냉정하게 봐서, 정치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딱히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이 한 원로정치인의 죽음에 애틋한 마음이 들어 광장을 찾았다가 '이명박 나쁜놈, 조중동 보면 매국노' 뭐 이 따위 글들이 걸려있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지 잘 상상이 안 되는 걸까? 이건 도대체 개념도 없고 뇌마저도 없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걸 왜 장례식장에서 하는 걸까? 이건 뭐 죽은 시체를 파먹고 사는 언데드들인가? 장례식장 안에서는 그냥 죽은 사람에 대한 추모만 하면 안 되나? 그게 그렇게 힘든가?

아무튼... 그랬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면,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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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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