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일부 웹툰작가들이 메갈을 옹호했기 때문에? 아니면 일부 웹툰작가들이 독자를 개돼지로 봐서? 굳이 이해하자고 해 보면 메갈을 옹호한 작가들에게 독자들이 뭐라고 했더니 일부 작가들이 독자들을 비웃었으니까 둘을 한 덩어리로 보고 있는 건가? 사실 독자에 대한 얘기 없이 메갈에 대한 옹호 의견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원론적인 지지 정도만 표명한 작가들에게도 조리돌림 들어가는 거 보면 별 기준도 없는 것 같고 그냥 광기를 즐기고들 있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도 작가들에 끕을 매겨서 유명한 작가들은 가만히 있는데 듣보잡들이 나댄다고 비웃는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놀랍도록 단순한 논리로 놀랍도록 편리하게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난 트위터에서 드러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든다.

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드니까 쟤네 직장인 레진에 가서 쫓아내라고 깽판을 놔야겠다.

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드니까 쟤네 직업인 만화를 방심위가 규제하도록 해야겠다.

뭐? 레진에 압력을 넣거나 규제를 하라는 건 너무 나간 거 아니냐고? 너 메갈.

 

아... 뭐랄까. 내 편 아니면 다 적이란 식으로 나가면 피아구분이 쉬워서 편하겠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만만할까. 그러니까 레진이든 정의당이든 또 다른 누구든 뭔가 좀 생각해서 입장을 내놔도 '뭐야 이거 박쥐네'라는 반응밖에 보일 수 없겠지. 그들 정의의 사도들에게는 '그러니까 내 편이냐 아니냐'만 중요하고 좀만 얘기가 복잡해지면 이해해 볼 생각이 없으니까. 전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대상은 그들에겐 다 메갈인 거지. 실무율?? 정작 그 와중에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던 넥슨 성우 문제는 안드로메다로... 사실 나도 별로 관심없는데

 

아무튼, 예스컷이나 노쉴드로 불리는, 웹툰 규제를 찬성 내지는 방조하자는 움직임에 반대한다. 내 맘에 안 든다고 다른 사람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소름끼친다. 다른 문화콘텐츠는 다 규제받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한다면, 그 모든 규제에 반대한다. 왜 다른 규제에는 들고일어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귀찮(았)다.

 

비슷한 이유로, 메갈도, 일베도, 소라넷도, 왜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거나 없어져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찍어눌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교육받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한 사람들의 사회라면 저런 것들은 알아서 도태되거나 영원히 소수로만 남게 될 거다. 해당 사이트들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그 범인들을 찾아서 그들만 처벌하면 되는 일이다.

 

레진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선 별로 좋게 보진 않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개개인은 각자의 사상 때문에 직업 선택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직무와 관계없는 개인의 가치관 때문에 당사자의 직장에 압력을 넣는다? 작가와 레진의 관계는 일반적인 피고용자-고용인의 관계와는 다르겠지만 좀 우습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예전에 로린이 교사나 일베 소방관이 신나게 얻어맞을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들이 지금 어디서 뭐 하는지는 관심없지만. 뭐... 직무와 관계없는 행동이라도 회사(고용자)의 이미지에 안좋은 영향을 미쳤을 때 피고용자를 짜를 수도 있다곤 하지만 그 이유가 이번같은 경우라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좀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이럴 때 들고일어나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지켜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쿨해서 움직이지 않겠지. 뭐 이번 건은 관계있는 부분도 있고(독자에 대한 태도) 관계없는 부분도 있어서(메갈에 대한 태도) 애매하다.

 

불매운동? 좋다. 근데 좀더 세련되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레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등단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철밥통이 되는 것도 아닐 거고, 모든 작가의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공산주의적 시스템을 구현하지도 않았을 거다(어느 정도 최소한의 월급을 보장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튼 레진 측에서는 모든 만화의 조회수를 다 기록하고 있을 거고, 각 만화별로 유료결제가 얼마나 됐는지도 다 모니터하고 있을 거다. 당장 맘에 안 드는 작가 만화 구독만 끊어도 그 효과는 해당 작가의 수익 감소로 나타날 거고, 그게 지속되면 레진 측에서는 해당 작가와 재계약을 안 하겠지. 굳이 레진 혹은 웹툰계 전체에 대한 보이콧으로 몰고가려는 건 길게 끌고가기도 싫고 그렇게 했을 때 제대로 마무리지을 자신도 없기 때문이겠지. 본인들의 분노가 찻잔 속의 태풍이란 걸 그 자신들도 알고 있을지도.

 

이번 일에 레진이 뭔가 입장을 밝혔는데 그게 맘에 안 든다면 환불해도 좋고 보이콧해도 좋다. 근데 이런 식으로 하면 그게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와 별개로 이번 사건에서 여러 웹툰 작가들의 반응은 뭐랄까... 그냥 웃기다. 새로운 경제학 개념들이 쏟아져나온 것도 그렇지만 그들이 독자들을 보는 관점이 참 웃기다. 뭔가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속으론 딴 마음이 있어도 남들 보는 트윗 같은 데서 '돈을 독자가 주나' 뭐 이딴 소리는 못 할텐데. 확실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팬들의 응원 등에 업고 판을 만들었던 초기 웹툰작가들과, 판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 플랫폼에 의해 발탁돼서 플랫폼으로부터 돈을 받는 다음 세대 웹툰작가들이 독자들에 대해 갖는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나 보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독자를 무시하는(혹은 메갈을 옹호하는) 일부 작가들의 태도에 화가 나더라도 그걸 표출하는 방법이 규제를 끌어와서 그들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면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가 맞는 것 같다. 옛날 같았으면 설령 일부 작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도 딱히 어디다 드러낼 기회도 없었을 거고, 그걸 독자들이 알 방법도 없었을 거 아냐. 인터넷이 발달해서 작가와 독자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건 장점도 있겠지만, 작가(직업인) 아무개와 자연인(개인) 아무개를 분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트위터를 하나 더 파던가. 독자들도 그걸 분리해서 볼 수 있다면 좋겠고.

 

이번에 진보계열 정당들이나 언론들에서 메갈 감싸고 돌다가 삽질하는 건 참 안쓰러운데, 그거 가지고 앞으로 안 찍겠다느니 표가 아깝다느니 하는 반응들도 개인적으론 참... 어차피 내 가치관과 모든 부문에서 100% 일치하는 정당 따위 있을 수 없잖아. 답답해서 내가 직접 정당을 만들어도 똑같을 거다. 당장 당원이 2명이 되는 순간부터 의견 불일치가 나오기 시작할 텐데. 결국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교육 등등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의견들을 살펴보고 나와 제일 맞는 세력을 지지하면 되는 건데, 우리 사회에 남권(정확히 말하면 메갈에 대한 옹호 여부)이 정당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1기준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 건가!

 

그나저나 다른 글에서도 했던 얘기 같지만, 다들 왜 그렇게 악에 받쳐 있는지. 다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짐승들 같다. 너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너는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이고 따라서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없애고 꽉꽉 밟아서 묻어버리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뭐 나도 똑같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다들 힘들어서 그럴까. 아니면 맨날 문제라고 나오지만 딱히 바뀌는 건 없어 보이는 과도한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일까. 사실 나도 너무 힘들다. 그러니까 기본소득제 얼른 로또가 돼야......

 

극단주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타자화할 대상을 찾는 건 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워 본다. 하지만 난 경알못...

 

그냥 (이 글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넥슨도 웃기고, 메갈도 웃기고 레진도 웃기고 웹툰작가들도 웃기고 방심위도 웃기고 비분강개해서 떨쳐일어난 일부 사람들도 웃기고 삽질하고 있는 일부 정당과 언론들도 웃기고 그것 때문에 몇 시간 걸려서 글 쓰고 있는 나도 웃기다. 근데 재미는 하나도 없다.

 

레진에 대한 보이콧이 지금보다 더 조직화되고 강력해져서, 레진이나 문제의 작가들이 영업방해 같은 걸로 걸고넘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법알못이라... 근데 진짜 붙으면 꿀잼일듯.

 

그리고 이번 사건 구경하면서 좀 궁금해진 것들이 있는데, 시간 나면 좀더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들...

여성혐오misogyny와 성차별sexism은 어떻게 다른 걸까?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까, 특히 혐오발언은?


'정치*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이 개돼지는 아니지만  (0) 2016.07.24
나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1) 2016.06.08
자유경제원은 호들갑 자제요  (0) 2016.05.27
감정적 올바름  (0) 2016.05.20
재밌는 싸움구경  (0) 2016.04.14
Posted by 타타상자
,

나향욱 아저씨의 말대로 국민이 개돼지는 당연히 아니고,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 그의 말은 틀렸다. 그리고 그의 말에 나도 기분이 나쁘다.

 

근데 그게 그 아저씨가 짤려야 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공무원을 잘 모르고, 공직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근데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하잖나? 그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무원 개인의 사상보다는 대통령 및 집권세력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굴리는 게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공무원이란 직업을 완전 잘못 이해하고 있는거라면 이 글은 망........)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그런 사상을 갖고 있는 게 건전한 일은 아니지만, 그 아저씨의 사상이 (교육부 공무원이었으니까) 대한민국 교육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있어선 안되고, 또 그런 사상 때문에 직업상의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건 그 아저씨가 시험봐서 올라간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런 거고, 대신에, 선거로 뽑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장관의 사상이 저 따위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남의 사상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들이 구현할 사상을 제시해 줘야 되니까.

 

아무튼 그래서, 파면이 정당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씨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굳이 이해하자고 해 보면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걸어서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좀 찝찝하다. 나중에 징계가 과했다고 혹은 부당했다고 소송 걸어서 한몫 챙기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똑똑한 사람 걱정하는 것도 우습긴 한데,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삶을 살았길래 저런 사상을 형성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우리의 어린이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정치*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갈, 레진, 웹툰 규제  (0) 2016.07.27
나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1) 2016.06.08
자유경제원은 호들갑 자제요  (0) 2016.05.27
감정적 올바름  (0) 2016.05.20
재밌는 싸움구경  (0) 2016.04.14
Posted by 타타상자
,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사건과 그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 높이고 있는 집단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모 섬동네에서 생긴 일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가해자들은 엄청 나쁜 놈들이고, 충분한 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근데,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그 동네 터가 안 좋아서라던가, 그 가해자들이 특별히 나쁜 피를 갖고 태어나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주변과 고립되어 있고 주민 대부분이 사는 곳을 벗어나기 어려우며 외부와의 인적 교류도 거의 없는 고립, 정체된 작은 사회의 문제일 거다.


내가 만약 거기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일까. 쭉 같은 동네에서 학교 다니고, 집에서 하던 일 계속 하면서 한 동네에서 계속 살았다면? 방송 인터뷰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던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논리를 가지고 어디 이상한 사이트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키배라도 뜨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도 운이 좋은 것 같다. 도시에서 태어나, 어렵지 않은 부모님 만나서 부족한 것 없이 살며 괜찮은 교육 받았고, 고립된 작은 사회가 아닌,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고(심지어 이사도 자주 다녔고), 그래서 지금 시대의 보편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고.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와 내가, 혹은 범죄자를 감싸고 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실은 별 차이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면, 범죄자를 욕하고 특정 지역을 욕하고 얼굴을 까네마네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결국 이런 행동은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걸 무의식중에 전제로 깔고 하는 행동인 것 같다. 이 사건에서도, 강남역 사건에서도...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시스템. 물론 말이 쉽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정신병 환자의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모르겠고, 작은 사회, 닫힌 사회가 야기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작은 사회의 문제는 이런 섬동네만의 문제는 아니고, 교도소, 군대, 병원 뭐 그런 데서도 일어날 텐데, 아예 전국 단위로 통합관리체계를 만들어서 일정 기간마다 무작위로 로테이션을 돌리면 어떨까ㅋㅋㅋ 같은 방, 같은 내무반, 같은 의국 쓰는 사람들이라도 일정 기간, 이를테면 한 달? 그 정도 지나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다시 못 보게 되는 거지. 이런 섬동네도 전국단위로 농업, 어업, 관광업 조직을 만들어서 한 일년마다 전국 단위로 뺑뺑이를 돌려서 보내는 거다. 에고 말이 쉽지....................

 

 

'정치*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갈, 레진, 웹툰 규제  (0) 2016.07.27
국민이 개돼지는 아니지만  (0) 2016.07.24
자유경제원은 호들갑 자제요  (0) 2016.05.27
감정적 올바름  (0) 2016.05.20
재밌는 싸움구경  (0) 2016.04.14
Posted by 타타상자
,

유경제원, '우남찬가'작가 민·형사 고소

 

난스럽다... 라는 게 개인적인 첫인상이었다.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했다는데, 음 일단 나는 법알못이라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걸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떠오르는 사건이 있는데,

 

<계를 넘어서: 양자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

 

법 오래 전 일이고, 또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랑 꽤 비슷하지 않나 싶다. 뭐 이쪽은 공모전이고 저쪽은 학술지에 논문 투고하는 거란 차이는 있지만, 학술지는 불특정 다수(학술지에 실릴 수준이 되는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한정돼 있지만 논문 투고에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를 대상으로 논문을 '상시 공모'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다를 건 없어 보인다.

 

작자들의 의도와 행동을 생각해 보면, '우남찬가'를 쓴 장모씨는 작품 안에 공모전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숨겨서 제출해서 입선했고, 소칼 역시 논문에 학술지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숨겨서 투고, 논문을 게재하는 데 성공했다. 차이점이라면 장모씨는 입선해서 주최측으로부터 상금을 받았고, 소칼은 아마도 게재료를 냈을 거라는 것 정도??

 

근하게 진행되고 있던 과학전쟁은 소칼의 장난으로 대폭발한 걸로 알고 있다. (철알못인데다가 어릴 때 일이라 아닐 수도 있다. '지적 사기'라는 책 제목이 대단해보여서 샀는데 뭔 소린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건 함정) 다만 소칼에게 피해를 본(?) '소셜 텍스트' 측에서 소칼을 고소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좀 조사를 해 봤는데 법적 다툼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있었다면 나의 영어실력에 큰 문제가...ㅜㅜ) 그런 일로 법정에서 다투는 게 아메리칸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학문적인 논쟁으로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속은 게 쪽팔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국보훈의 달> 원주 시정홍보지 만평 대통령 욕설 사건

 

어보지 못했던 일인데, 이번 자유경제원 건과 유사한 사례로 많이 회자되고 있어서 알게 됐다. 이 사건에선 만화가가 벌금형을 받았는데... 법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우남찬가 사건과 이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우남찬가는 공모전에 제출된 작품이고 이 만평은 용역계약을 통해 제작됐다는 점 아닐까 한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 만화가는 원주시와 계약해서 회당 얼마씩 받고 시정홍보지에 만화를 그렸다는 것 같다. 원주시 쪽에서 만화를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하고 하나하나 지시하지는 않았겠지만, 시정홍보지인 만큼 내용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지침은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판결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물론 원주시가 '아 우리는 만화는 모르구요 그냥 그리고 싶은 거 그리세요' 라고 했다면 웃긴 일이지만.

 

갑하다. 이 사례에서 저 만화가는 300만원 벌금 받았는데, 자유경제원이 청구한 금액은 대략 5700 만원... 솔직히 우남찬가 지은이가 유죄를 받을 거라고 생각 안 하지만, 혹시나 유죄가 나오더라도 저건 오바 아닌가? 원주시 사건은 2009년이고 지금은 2016년이긴 하지만 물가가 20배 뛴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서 세로드립 친 게 시정홍보지 만평에 욕 넣은 것보다 20배 큰 잘못도 아니잖아.

 

 

,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

 

일 큰 차이는, 원주시 건은 한 사람을 찍어서 우리가 원하는 걸 그려 달라고 계약을 한 거고, 자유경제원 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너네가 자유롭게 시를 쓰면 그 중에서 우리가 맘에 드는 걸 고르겠다고 공모전을 열었다는 거다. 당연히 만화가는 원주시가 원하는 걸 최대한 맞춰 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계약이니까), 이승만 시 공모전에 참여하는 사람이 자유경제원의 입맛에 맞춰 줄 필요는 없다. 주최자, 심사자 맘에 안 들면 그냥 탈락인데 뭘.

 

새 있었던 일로는 1번 사례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르지만, 황우석 사건이나 오보카타 하루코 사건이 있겠다. (황이 2005~2006이었고 오보카타가 2014였나 그러니까 요새는 아니지만 소칼 사건이 1996이니까 요새로 치자. 세로드립도 해야 되니까... 맞추느라 힘들었다) 황우석이나 오보카타가 논문 조작한 것 때문에 감옥에 갔다거나 벌금을 냈다는 얘긴 못 들었다. (아, 연구비 횡령이나 연구윤리 위반 같은 건 논문조작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그간의 연구성과가 부정당하고 학교에서도 짤렸지만, 그건 학계 내부의 일이고, 공권력이 개입하지는 않았다.

 

 

 

 

'정치*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이 개돼지는 아니지만  (0) 2016.07.24
나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1) 2016.06.08
감정적 올바름  (0) 2016.05.20
재밌는 싸움구경  (0) 2016.04.14
선거날 춥대  (0) 2012.12.18
Posted by 타타상자
,

 

최근 알게 된 TED 영상이다. 2013년 10월 촬영했다는 걸 보니 3년쯤 돼 가는 영상인 것 같지만 아무튼...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게 '다른' 정도가 아니라 명백히 '틀린' 거라고 해도 그렇다. (사실 그렇게 옳고 그른 게 딱딱 나눠지는 문제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토론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을 들을 때, 내 '의견'이 아닌 그 의견을 말한 나라는 '사람'이 공격받는다고 느끼는 건 쉬운 일이고, 마찬가지로 나와 다른 의견을 반박하려 할 때 의견이 아닌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흔히 하기 쉬운 실수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물과 다르다고 하지만 인간이라고 항상 이성적인 건 아니고, 때로(어쩌면 매우 자주) 본능적이고 또 감정적인 게 인간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논리의 허점을 찾아서 반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 나, 우리 키보드워리어들이 자주 잊어버리는 것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이길 수가 없다화가 난다. 그래서 화려한 논리로 쳐발라버리면 내 기분은 아마도 좋을 거다. 근데 그런 식으로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내 앞에선 안 그러겠지만 다른 데 가서는 예전과 똑같이, 혹은 더 심하게 굴 수도 있지 않을까?? 왜??? 감정이 상했거든. 그런 꼴을 나중에 보게 되면 그때도 내 기분이 계속 좋을까?

 

그거야 그 사람이 못나서, 덜떨어져서 그런 거고 나는 맞는 얘기를 했고 그렇게 얘기해줘도 못알아먹는 그 사람이 문제인 거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나는 항상 옳을 수 있을까? 어디 가서 논쟁이 붙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내가 틀린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상해서, 적당히 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를 바보, 덜떨어진 놈, 교양없는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을 만든다. 그럼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마음을 고쳐먹고 싶을까?

 

토론은 그냥 승패를 가리려고, 내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이겨먹을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작게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크게는 우리가 속한 집단,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려고 하는 건데, 논리로 백번천번 제압해봤자 감정 상해서 삐딱하게 나오면 의미없는 거잖아.

 

빠가 까를 만든다. 그리고 까가 빠를 만든다... 랑도 통하는 말인 것 같다.

아주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누구누구 지지자들이 하는 꼴이 맘에 안들어서 누구누구가 싫어졌어요... 이런 걸 무시하면 안 되는 거다.

 

그냥,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여기저기의 분위기를 보다 문득 이 영상이 생각났다. 이런저런 주장들이 충돌하고 있고, 내가 보기에 옳아 보이는 주장도 있고 좀 아닌데 싶은 주장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각 진영의 감정이 점점 상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싶다. 상호확증파괴

 

이 사건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차가운 머리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참혹한 사건 앞에서 매우 감정적이 된 개개인의 거친 반응들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양쪽 모두, 지금 당장은 이해와 공감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나도 이상한 글을 보면 화가 나고 답글을 달기 위해 키보드를 잡으면 피가 끓어오른다. 감정적 올바름을 시도해 보자는 위 TED 영상의 샐리 콘 씨 자신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을까? 아, 잘못은 저쪽이 먼저 했지 않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내 말이 맞고 쟤 말이 틀린데 왜 내가 그래야 하냐고 물으면 역시 할 말 없다. 그냥... 어느 쪽이든 먼저 이성을 찾는 쪽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내 논리가 옳다고 상대방 속을 박박 긁고 키보드로 막 두들겨 패는 것까지 옳은 건 아니잖아.

 

p.s. 사회 전체적으로 스트레스가 꽉 차 있는 것 같다. 다들 뭐 하나만 걸려라 하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요새 팍팍하다는 얘기겠지. 뜬금없지만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와 '저녁이 있는 삶'이 생각난다. 여유가 있어야 아량도 나오는 거겠지.

 

 

 

'정치*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1) 2016.06.08
자유경제원은 호들갑 자제요  (0) 2016.05.27
재밌는 싸움구경  (0) 2016.04.14
선거날 춥대  (0) 2012.12.18
안철수는 백기투항해라  (0) 2012.11.22
Posted by 타타상자
,

사실 아이돌들의 지식 부족이 화제가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하다. 오래 전 일이지만 lose 사건이라던가, 그리스 새벽 축구 사건 등등이 있었고, 최근 있었던 안중근 사건도 그렇고. 또 별로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모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멤버가 오랜만에 학교에 갔더니 인수분해를 하고 있더라... 라고 하자 다른 멤버가 난 그쯤부터 수학 포기했다고 말하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웃기다기보단 뭔가 답답하고 슬픈 느낌이었다.

 

 

아이돌 얘기만 했지만, 운동하는 사람들도 대체로 비슷한 상황일 거다. 고등학교-대학교를 다니면서 본 운동부 학생들의 모습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아예 수업에 들어오지 않거나. '운동부 학생이 시험지에 답을 쓰는 건 처음 봤다'던 모 운동선수의 대학 교수의 회상이 기사로 나온 적도 있었다. 

 

그나마 위에 언급한 사람들은 뜨기라도 했지, 저보다 훨씬 많은 소년소녀들이 저런 무식이나마 방송에서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몇 년간 연습만, 훈련만 하다가 나이 먹고 뒤늦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부딪힐 거다. (물론 많이 배우고 많이 안다고 막막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나마 요즘은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위에 적은 고등학교-대학교 때의 경험도 10년도 더 지난 일이고, 듣기론 연습생들도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 나오지 않으면 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아이돌도, 운동선수도, 성공하려면 10대 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고, 공부하는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고,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하고 활동하다 보면 수업에 빠지거나 수업을 제대로 따라올 수 없을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하는데... 근데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들도 우리랑 같이 이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잖아.

'일상*생활*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  (0) 2015.07.27
한겨레가 웬일로 개념기사를  (0) 2012.07.01
2011년 6월 8일 - vs. LG(잠실)  (0) 2011.06.09
2011년 5월 18일 - vs. 두산(잠실)  (0) 2011.05.18
2011년 5월 15일 - vs. 삼성(대전)  (0) 2011.05.15
Posted by 타타상자
,

정확한 결과는 내일 아침이 돼 봐야 알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참 재밌게 나올 것 같다. 선거 전의 절망적인 분위기에 비하면 지금 결과는 일단 대성공에 가까운 것 같으니까. 그보다도 앞으로 정치판이 정말 재밌고 다이나믹하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 실패가 유력해 보이지만, 단순히 여소야대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국민의당의 정체성(?) 때문에. 그동안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양쪽 모두를 까면서 대안정당, 중도 내지는 중도보수 포지션을 잡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창당 당시의 구성원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였다 보니 오른쪽으로 얼마나 확장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이번 선거에서 결과를 볼 때 국민의당이 내 예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표를 상당히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 실패,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예상외의 선전으로 앞으로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어쩌면 정의당까지)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이 되겠지만, 반대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의석을 합쳐도 과반이 된다. 국민의당의 성향이 대충 양당의 사이 어디쯤에 있고, 또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캐스팅보트로서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테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사안에 따라서 때로는 더불어민주당과, 또 때로는 새누리당과 공조하며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후보단일화 얘기가 오고갔지만(물론 제대로 된 데는 거의 없지만), 다음 선거에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단일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심지어 지역구별로 다른 형태의 단일화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더민주 vs 새누리(+국민), 더민주(+국민) vs 새누리, 국민(+더민주) vs 새누리, 더민주 vs 국민(+새누리). 이런 식으로.

 

문제는 각 당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인데. 일단 새누리당보다 걱정되는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다. 새누리당이야 뭐 그동안 보여준 단합력(?)이 있는데다가, 이번 선거결과는 그들에게 위기일 테니 다른 데 신경쓸 여력이 없을 거다. 아마 대선때까지는 납작 엎드려서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지(실제로 변했는지와는 별개로...). 문제는 대성공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인데, 선거에서 이겼(?)다고 신나서 배당 나누는거랑 앞으로 당내 지분 나눠먹는 걸로 싸우는 모습 보이면 대선 대차게 말아먹고 아마 다음 총선은 국민과더불어민주당(?) 간판 달고 치루게 될 거다. 국민의당 지지 세력에는 기존 정치혐오층의 지분이 상당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세력인 호남을 잃어버린 만큼, 두 당 모두 내부 세력다툼에 골몰한 모습을 보이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걸로 보인다.

 

그리고 국민의당에는 한 가지 위험요소가 더 있지 싶은데, 거대양당의 중간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거다. 이번 선거로 몸집을 많이 키우긴 했지만, 어쨌든 1,2당과 체급차이가 좀 나는 3당이고 보면, 사표론에 좀 더 피해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저번 대선에 새누리당이 엄청난 좌클릭 공약들을 쏟아낸 것처럼(실제론... 뭐...), 다음 대선에도 중도를 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우클릭, 새누리당은 좌클릭을 해 올텐데, 국민의당은 어떻게 차별화를 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당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건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이나 새누리당의 좌클릭보다 훨씬 어려울 거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압도할 만큼 중량감있는 후보를 내놓지 못하면 '전략적 선택'으로 지지자들을 양쪽으로 야금야금 빼앗기다가 결국 둘 중 하나의 연대 파트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당에 그만큼 중량감있는 예비 대선주자가 있느냐인데...

 

그래서 개인적으론,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해서 선거제도를 좀 손봤으면 한다. 다당 체제가 꼭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선거제도는 양당체제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면이 있는 만큼, 현재 2,3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저번에 기껏 선거구 바꾼다고 해서 어떻게 하나 봤더니 비례나 줄이고 있고-_-; 누구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는 얘기나 하고-_-;; )

 

그간의 수많은 사례들ㅡ국민승리21,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등ㅡ을 봤을 때,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일단 다음 국회, 다음 대선은 꽤 흥미진진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썩 반갑지만은 않지만 국민의당의 존재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이 모두 중도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 같고, 내년 대선에서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든 국민의당을 포함한 연정이 구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국민의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려고 하지 않을까...

 

 

 

 

Posted by 타타상자
,

좀 지났지만, 얼마 전에 노벨상 시즌이었다.

 

왜 우리나라에선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안 나올까. 사실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올해는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바람에, 왜 우리는 안 되냐는 얘기가 더 크게 나왔던 것 같다.

 

흔한 말들이 있다. 기초연구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돈되는 연구에만 매달려서 안 된다거나, 연구를 시켰으면 진득하게 믿고 기다려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성과를 닥달하기 때문에 다들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된 연구를 못 한다던가,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처럼 돈되는 연구에만 매달리지도 않고 일단 밀어주기로 한 건 진득하게 밀어준다던가 하는 얘기들. 기초연구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떻고 다른나라는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기엔 나도 우물안 개구리라 잘 모른다.

 

다만 궁금한 건, 노벨상을 꼭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첫째, 노벨상을 꼭 받아야 하느냐. 그리고 둘째, 그럼 최근에 얘기가 나왔던 것처럼 노벨상 후보 몇 명 찍어서 팍팍 밀어주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둘다 글쎄요. 부정적인 의미의 글쎄요다. 노벨상은 대부분 수상 시점에서 10년 이상 지난 연구에 주어진다. 어떤 규칙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처음엔 생각도 못 했는데 그 연구가 가지를 치고 발전해나가는 걸 보다 보니 이렇게 중요하고 쓸모있는 거였구나!' 라는 걸 모두가 깨닫게 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다[각주:1]. 즉, 미래에 노벨상을 받게 될 연구를 현재 알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아니 그걸 안다는 건 이미 누군가가 그걸 연구해서 발표하기 직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ㄲㄲ 결국 노벨상을 받으려면... 아니 노벨상 수상자를 키워내려면 이게 노벨상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이 연구가 장차 쓸모있게 될지 아니면 돈버는 것과는 영 관계없는 연구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투자를 해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겠다고 투자를 하는 건 어찌 보면 도박이다. 아니 노벨상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한다는 건 도박일 수 있다. 수많은 연구 중에 돈이 되는 연구로 발전해서 투자금을 뽑아낼 수 있게 되는 연구는 그 중에 극히 일부일 뿐이니까. 나머지는 좋게 말해서 인류의 지식을 확장시키는 연구가 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논문을 위한 연구, 연구자의 자리보전을 위한 연구가 되는 거다. 어디서 본 표현에 따르면 기초연구는 사치품, 선진국으로서 전 인류의 지식 확장을 위해 구매하는 사치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건 그냥 로또를 긁는 거다. 뭐... 사치품이든 로또든, 매년 소득의 일부를 그런 데다 투자하는 게 필요할까??

 

아, 물론 나는 기초연구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니까, 이쪽에 돈을 많이 투자해준다면 당연히 환영이다. 근데, 맨날 쪼들리는 연구자 입장에서, 돈을 달라고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논리를 써야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선진국으로서 인류에 대한 의무다? 아님 로또 긁는다 생각하고 투자해 달라?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처음에 이걸 시작할 때는 '순수한 학문의 세계를 탐구하는 거야! 멋지지 않아?'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늙었나 보다.

 

자, 그래서... 사치품이든 로또든 일단 돈을 투자한다고 치자. 개인적으로 로또 비유가 맘에 드니까 로또라고 하면,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최대한  다양한 번호를 사야 된다. 물론 당첨됐을 때 상금을 혼자 다 먹겠다는 생각으로 한 번호에 몰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거 분명 설득력있긴 한데 노벨상이랑은 다른 경우다. 성과가 훌륭하다고 한번에 노벨상 두개 세개씩 받는 거 아니잖아. 한 사람이 같은 주제로 여러 번 상을 받는 경우도 없고. 그러니까, 굳이 기초연구에 투자하고 싶다면 적은 돈이라도 (너무 적으면 안되겠지만) 여러 연구에 나눠서 투자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인데, 예전부터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자꾸 몇 명한테 몰빵을 하려는 것 같아 걱정이다.

 

 

  1. 아,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논문 내고 몇 년 안 돼서 노벨상 받는 사람들도 있고, 연구자들끼리 '이거 풀면 노벨상인데ㄲㄲㄲ' 하고 농담하는 주제들도 있긴 있다. [본문으로]

'생물*과학*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  (2) 2010.04.23
의대와 치대가 분리된 이유?  (0) 2010.01.30
Iron lung  (0) 2010.01.27
양비론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0) 2009.12.23
[펌] 부질없는 생혈분석  (0) 2009.12.12
Posted by 타타상자
,

오랜만

일상*생활*잡담 2015. 7. 27. 22:07

마지막 글을 쓴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잊어버리고 있었네.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내 말투(글투? ) 가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다. 내 글을 읽는데 낯설어...

그리고 충격.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는데,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것도 가물가물해질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 글을 다시 보니 영 못 알아먹겠어. 다시 글을 쓰게 되면 좀더 신경써야지.

다시 블로그를 조금씩 해볼까 하는데, 이젠 예전만큼 컨텐츠도, 생각도, 열정도, 시간도 없는 것 같아. 다시 한다면 게임하는 얘기나 쓰게 되려나. 낄낄.

Posted by 타타상자
,

추워서 투표율 떨어져서 질듯ㅋㅋ


그냥. 진다는 가정 하에 몇 마디 써 보는데.

선거 당일, 혹은 그 다음날에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 국개론 그리고 음모론. 사람이 그렇게 없어 보일 수가 없다.


그나마, 지난 대선때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이 나온 게 천만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대선이야 한나라당에서 개가 나와도 당선되는 판이었으니 박근혜가 나왔으면 당연히 당선됐을 테고,

지금 시점에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과 상대하는 건 훨씬 더 피곤한 일이었을 거다.


티비토론을 보면서 느낀 건데, 5년 전 정동영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참여정부 때 일로 아무리 공격받아도, 지금 누구처럼 나랑은 관계없는 일인 양 선긋기를 하진 않았다.

(지난번 선거때 정동영을 찍었으니까, 어쩌면 기억이 조금 미화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모두 기억하다시피 그렇게 엄청난 차이로 깨지고 나서, 그가 한 첫마디는 이럤다.

"국민은 언제나 옳습니다."

물론 예의상 한 입에 발린 수사였겠지만, 그러니까 국개론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음모론도.





Posted by 타타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