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일부 웹툰작가들이 메갈을 옹호했기 때문에? 아니면 일부 웹툰작가들이 독자를 개돼지로 봐서? 굳이 이해하자고 해 보면 메갈을 옹호한 작가들에게 독자들이 뭐라고 했더니 일부 작가들이 독자들을 비웃었으니까 둘을 한 덩어리로 보고 있는 건가? 사실 독자에 대한 얘기 없이 메갈에 대한 옹호 의견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원론적인 지지 정도만 표명한 작가들에게도 조리돌림 들어가는 거 보면 별 기준도 없는 것 같고 그냥 광기를 즐기고들 있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도 작가들에 끕을 매겨서 유명한 작가들은 가만히 있는데 듣보잡들이 나댄다고 비웃는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놀랍도록 단순한 논리로 놀랍도록 편리하게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난 트위터에서 드러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든다.

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드니까 쟤네 직장인 레진에 가서 쫓아내라고 깽판을 놔야겠다.

난 쟤네 개인적인 사상이 맘에 안 드니까 쟤네 직업인 만화를 방심위가 규제하도록 해야겠다.

뭐? 레진에 압력을 넣거나 규제를 하라는 건 너무 나간 거 아니냐고? 너 메갈.

 

아... 뭐랄까. 내 편 아니면 다 적이란 식으로 나가면 피아구분이 쉬워서 편하겠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만만할까. 그러니까 레진이든 정의당이든 또 다른 누구든 뭔가 좀 생각해서 입장을 내놔도 '뭐야 이거 박쥐네'라는 반응밖에 보일 수 없겠지. 그들 정의의 사도들에게는 '그러니까 내 편이냐 아니냐'만 중요하고 좀만 얘기가 복잡해지면 이해해 볼 생각이 없으니까. 전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대상은 그들에겐 다 메갈인 거지. 실무율?? 정작 그 와중에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던 넥슨 성우 문제는 안드로메다로... 사실 나도 별로 관심없는데

 

아무튼, 예스컷이나 노쉴드로 불리는, 웹툰 규제를 찬성 내지는 방조하자는 움직임에 반대한다. 내 맘에 안 든다고 다른 사람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소름끼친다. 다른 문화콘텐츠는 다 규제받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한다면, 그 모든 규제에 반대한다. 왜 다른 규제에는 들고일어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귀찮(았)다.

 

비슷한 이유로, 메갈도, 일베도, 소라넷도, 왜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거나 없어져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찍어눌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교육받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한 사람들의 사회라면 저런 것들은 알아서 도태되거나 영원히 소수로만 남게 될 거다. 해당 사이트들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그 범인들을 찾아서 그들만 처벌하면 되는 일이다.

 

레진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선 별로 좋게 보진 않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개개인은 각자의 사상 때문에 직업 선택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직무와 관계없는 개인의 가치관 때문에 당사자의 직장에 압력을 넣는다? 작가와 레진의 관계는 일반적인 피고용자-고용인의 관계와는 다르겠지만 좀 우습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예전에 로린이 교사나 일베 소방관이 신나게 얻어맞을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들이 지금 어디서 뭐 하는지는 관심없지만. 뭐... 직무와 관계없는 행동이라도 회사(고용자)의 이미지에 안좋은 영향을 미쳤을 때 피고용자를 짜를 수도 있다곤 하지만 그 이유가 이번같은 경우라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좀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이럴 때 들고일어나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지켜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쿨해서 움직이지 않겠지. 뭐 이번 건은 관계있는 부분도 있고(독자에 대한 태도) 관계없는 부분도 있어서(메갈에 대한 태도) 애매하다.

 

불매운동? 좋다. 근데 좀더 세련되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레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등단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철밥통이 되는 것도 아닐 거고, 모든 작가의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공산주의적 시스템을 구현하지도 않았을 거다(어느 정도 최소한의 월급을 보장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튼 레진 측에서는 모든 만화의 조회수를 다 기록하고 있을 거고, 각 만화별로 유료결제가 얼마나 됐는지도 다 모니터하고 있을 거다. 당장 맘에 안 드는 작가 만화 구독만 끊어도 그 효과는 해당 작가의 수익 감소로 나타날 거고, 그게 지속되면 레진 측에서는 해당 작가와 재계약을 안 하겠지. 굳이 레진 혹은 웹툰계 전체에 대한 보이콧으로 몰고가려는 건 길게 끌고가기도 싫고 그렇게 했을 때 제대로 마무리지을 자신도 없기 때문이겠지. 본인들의 분노가 찻잔 속의 태풍이란 걸 그 자신들도 알고 있을지도.

 

이번 일에 레진이 뭔가 입장을 밝혔는데 그게 맘에 안 든다면 환불해도 좋고 보이콧해도 좋다. 근데 이런 식으로 하면 그게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와 별개로 이번 사건에서 여러 웹툰 작가들의 반응은 뭐랄까... 그냥 웃기다. 새로운 경제학 개념들이 쏟아져나온 것도 그렇지만 그들이 독자들을 보는 관점이 참 웃기다. 뭔가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속으론 딴 마음이 있어도 남들 보는 트윗 같은 데서 '돈을 독자가 주나' 뭐 이딴 소리는 못 할텐데. 확실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팬들의 응원 등에 업고 판을 만들었던 초기 웹툰작가들과, 판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 플랫폼에 의해 발탁돼서 플랫폼으로부터 돈을 받는 다음 세대 웹툰작가들이 독자들에 대해 갖는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나 보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독자를 무시하는(혹은 메갈을 옹호하는) 일부 작가들의 태도에 화가 나더라도 그걸 표출하는 방법이 규제를 끌어와서 그들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면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가 맞는 것 같다. 옛날 같았으면 설령 일부 작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도 딱히 어디다 드러낼 기회도 없었을 거고, 그걸 독자들이 알 방법도 없었을 거 아냐. 인터넷이 발달해서 작가와 독자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건 장점도 있겠지만, 작가(직업인) 아무개와 자연인(개인) 아무개를 분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트위터를 하나 더 파던가. 독자들도 그걸 분리해서 볼 수 있다면 좋겠고.

 

이번에 진보계열 정당들이나 언론들에서 메갈 감싸고 돌다가 삽질하는 건 참 안쓰러운데, 그거 가지고 앞으로 안 찍겠다느니 표가 아깝다느니 하는 반응들도 개인적으론 참... 어차피 내 가치관과 모든 부문에서 100% 일치하는 정당 따위 있을 수 없잖아. 답답해서 내가 직접 정당을 만들어도 똑같을 거다. 당장 당원이 2명이 되는 순간부터 의견 불일치가 나오기 시작할 텐데. 결국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교육 등등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의견들을 살펴보고 나와 제일 맞는 세력을 지지하면 되는 건데, 우리 사회에 남권(정확히 말하면 메갈에 대한 옹호 여부)이 정당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1기준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 건가!

 

그나저나 다른 글에서도 했던 얘기 같지만, 다들 왜 그렇게 악에 받쳐 있는지. 다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짐승들 같다. 너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너는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이고 따라서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없애고 꽉꽉 밟아서 묻어버리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뭐 나도 똑같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다들 힘들어서 그럴까. 아니면 맨날 문제라고 나오지만 딱히 바뀌는 건 없어 보이는 과도한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일까. 사실 나도 너무 힘들다. 그러니까 기본소득제 얼른 로또가 돼야......

 

극단주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타자화할 대상을 찾는 건 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워 본다. 하지만 난 경알못...

 

그냥 (이 글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넥슨도 웃기고, 메갈도 웃기고 레진도 웃기고 웹툰작가들도 웃기고 방심위도 웃기고 비분강개해서 떨쳐일어난 일부 사람들도 웃기고 삽질하고 있는 일부 정당과 언론들도 웃기고 그것 때문에 몇 시간 걸려서 글 쓰고 있는 나도 웃기다. 근데 재미는 하나도 없다.

 

레진에 대한 보이콧이 지금보다 더 조직화되고 강력해져서, 레진이나 문제의 작가들이 영업방해 같은 걸로 걸고넘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법알못이라... 근데 진짜 붙으면 꿀잼일듯.

 

그리고 이번 사건 구경하면서 좀 궁금해진 것들이 있는데, 시간 나면 좀더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들...

여성혐오misogyny와 성차별sexism은 어떻게 다른 걸까?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까, 특히 혐오발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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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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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향욱 아저씨의 말대로 국민이 개돼지는 당연히 아니고,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 그의 말은 틀렸다. 그리고 그의 말에 나도 기분이 나쁘다.

 

근데 그게 그 아저씨가 짤려야 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공무원을 잘 모르고, 공직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근데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하잖나? 그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무원 개인의 사상보다는 대통령 및 집권세력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굴리는 게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공무원이란 직업을 완전 잘못 이해하고 있는거라면 이 글은 망........)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그런 사상을 갖고 있는 게 건전한 일은 아니지만, 그 아저씨의 사상이 (교육부 공무원이었으니까) 대한민국 교육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있어선 안되고, 또 그런 사상 때문에 직업상의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건 그 아저씨가 시험봐서 올라간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런 거고, 대신에, 선거로 뽑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장관의 사상이 저 따위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남의 사상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들이 구현할 사상을 제시해 줘야 되니까.

 

아무튼 그래서, 파면이 정당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씨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굳이 이해하자고 해 보면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걸어서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좀 찝찝하다. 나중에 징계가 과했다고 혹은 부당했다고 소송 걸어서 한몫 챙기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똑똑한 사람 걱정하는 것도 우습긴 한데,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삶을 살았길래 저런 사상을 형성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우리의 어린이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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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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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사건과 그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 높이고 있는 집단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모 섬동네에서 생긴 일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가해자들은 엄청 나쁜 놈들이고, 충분한 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근데,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그 동네 터가 안 좋아서라던가, 그 가해자들이 특별히 나쁜 피를 갖고 태어나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주변과 고립되어 있고 주민 대부분이 사는 곳을 벗어나기 어려우며 외부와의 인적 교류도 거의 없는 고립, 정체된 작은 사회의 문제일 거다.


내가 만약 거기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일까. 쭉 같은 동네에서 학교 다니고, 집에서 하던 일 계속 하면서 한 동네에서 계속 살았다면? 방송 인터뷰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던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논리를 가지고 어디 이상한 사이트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키배라도 뜨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도 운이 좋은 것 같다. 도시에서 태어나, 어렵지 않은 부모님 만나서 부족한 것 없이 살며 괜찮은 교육 받았고, 고립된 작은 사회가 아닌,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고(심지어 이사도 자주 다녔고), 그래서 지금 시대의 보편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고.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와 내가, 혹은 범죄자를 감싸고 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실은 별 차이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면, 범죄자를 욕하고 특정 지역을 욕하고 얼굴을 까네마네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결국 이런 행동은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걸 무의식중에 전제로 깔고 하는 행동인 것 같다. 이 사건에서도, 강남역 사건에서도...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시스템. 물론 말이 쉽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정신병 환자의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모르겠고, 작은 사회, 닫힌 사회가 야기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작은 사회의 문제는 이런 섬동네만의 문제는 아니고, 교도소, 군대, 병원 뭐 그런 데서도 일어날 텐데, 아예 전국 단위로 통합관리체계를 만들어서 일정 기간마다 무작위로 로테이션을 돌리면 어떨까ㅋㅋㅋ 같은 방, 같은 내무반, 같은 의국 쓰는 사람들이라도 일정 기간, 이를테면 한 달? 그 정도 지나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다시 못 보게 되는 거지. 이런 섬동네도 전국단위로 농업, 어업, 관광업 조직을 만들어서 한 일년마다 전국 단위로 뺑뺑이를 돌려서 보내는 거다. 에고 말이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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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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