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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7 Iron lung
  2. 2010.01.26 피디수첩 판결을 보고... 2
  3. 2010.01.15 가셨군요
  4. 2010.01.09 적응의 힘 4
  5. 2010.01.08 호들갑은 떨지 말자 #2
  6. 2010.01.05 어느 블로거에 대한 뒷담화 4
  7. 2009.12.24 크리스마스 음모론 6
  8. 2009.12.24 촘스키, 부적절한 권위.
  9. 2009.12.23 양비론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10. 2009.12.23 아이폰 유감 4

Iron lung

생물*과학*의학 2010. 1. 27. 01:03

그제 들었던 어떤 강연에서 나왔던 사진이다. 처음엔 무슨 영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상황이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건 1953년의 사진. 사진 속에 쭉 늘어선 원통형의 기계가 바로 제목에 적은 iron lung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건 호흡을 대신해주는 기계다. 환자를 기계 안에 눕히고 머리랑 목만 내놓게 한 다음, 기계를 밀폐하고 작동시키면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기계 내부의 압력이 빠지면 가슴이 팽창해서 공기가 환자의 폐 속으로 들어가고,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 환자 폐 속으로 들어갔던 공기가 빠져나오는 식의 원리다.

저 기계는 1928년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뭐 기관내삽관을 통해서 저런 거대한 장비 없이 간단하게(물론 기관내삽관은 훈련받은 의사만 할 수 있지만) 호흡을 시킬 수 있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저 기계는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특히, 1900년대 중반 소아마비로 인해 전신이 마비ㅡ호흡근을 포함해서ㅡ된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어 Iron lung의 사용을 대체해 갔지만 기관내삽관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계속 사용되었다고 하고. 그래서 당시 소아마비로 저 기계에 들어가서 최근까지도 살아계셨던 분들의 이야기들이 있다[각주:1][각주:2].

저 기계 안에서 무려 60년간 계셨던 분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50년대 초에 개발됐으니 저 기계에 의존하는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당연히 60년 가까이 저 기계 신세를 진 걸로 계산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저렇게 누워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거기다 60년이라니. 그래도 저 기사들에 나온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뭔가 열정을 쏟을 일들을 찾으셨으니 존경스럽달 밖에.

지금이야 소아마비 예방접종은 필수로 맞게 되어 있고[각주:3], 예방접종 덕에 소아마비는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상태[각주:4]니 저런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되겠다. 의학이 그 정도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이고 보면, 현재의 인류는 그 수많은 생명의 위협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존재 아닐까. 의학을 발전시킨 인류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번식하고 있는 종이라면 무엇이든 다 위대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p.s. 강의 내내 딴짓하다가 우연히 본 사진이 기억에 남아 적어 봤는데,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샜지?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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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서울중앙지법, "방송내용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


사실 좀 깜짝 놀라긴 했는데,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피디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될 수 없으며 과학적 사실을 잘못 전달한 걸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설사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다 치더라도 '왜곡' 하면 떠오르는 모 신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볼 때 형사처벌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그들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점만 확실히 해 둔다면 그들이 무죄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만 확실히 해 둔다면 백번 양보해서 '알면서도 왜곡'이란 내용까지는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차라리 유죄보다는 무죄 쪽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그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위에 적은 논리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위에랑 비슷하게 몇 마디 적고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였겠지. '그래도 샘통이다' 라고... 그만큼 내가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맞지만 이번 판결은 정말정말 심각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못했지만 형사처벌할 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무죄'라는 논리가 아니라,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니까. 이번 판결 결과를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판결문 전문을 게시판에 걸어놓고 자랑하는 피디수첩 제작진을 보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저들은 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것일까 하는...

판결문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자뻑질(자뻑일까 자폭일까)을 보며, 한 번 제대로 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하다. 너무 귀찮지만 아직은 짜증이 귀찮음을 압도한다. 근데 봐야 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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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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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셨군요

정치*사회*문화 2010. 1. 15. 01:56
존엄사법 제정 숙제 남기고 떠난 김 할머니 (메디컬투데이)

그 과정이야 어떠했든,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 없이 편하게 가셨길 바란다.

...사실 고통이라는 게 '신체조직의 실질적, 잠재적 손상과 연관되었거나 혹은 그렇개 묘사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 이라고 정의되는 이상[각주:1] 의식불명 상태에 계셨던 분이 고통을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건 잘된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직 좀 모자란 느낌이고, 그래서 좀 더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게 어디야.


그에 대해서 모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한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만큼 그걸 심의할 기구가 필요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거기 종교인이 왜 끼니. 제발 어떤 분야든 관련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끼리 하자. 토론이 되는 사람들끼리 하자. 시민단체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근데 종교인이라니. 그들에게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 거냐. 그들이 이 논의의 진행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떤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그들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세상만사 중에 종교인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있긴 있을까) 사실 신상진 안에서 제시하는 국가윤리위원회의 구성에서 '의료인'이 6번, 그러니까 맨 끝번으로 나오는 것도 솔직히 난 불만인데, 거기에 종교인이라던가 시민단체라던가 하는 주체들을 집어넣는 걸 보면 순서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아직 사치인 것 같다.

지금 출처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말에 따르면, 정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근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좀 편히 가게 해 주면 안 될까. 연명치료 중단한다는 게 그냥 호흡기 떼고 약 떼고 끝ㅡ소극적 안락사ㅡ인 거라면 난 싫다. 그렇게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 정말 말기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결국 죽는 순간까지 그 고통과 혼자서 싸워야 된다. 정신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의지나 상담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될 수도 있다고 쳐도, 육체의 고통은 죽는 그날까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정신마저 놔 버리기 전에, 환자가 원할 때 보내 주자ㅡ적극적 안락사ㅡ는 얘기는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걸까? 신경을 자른다거나 마약류를 투여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법 혹은 현장의 윤리가 그걸 어느 정도까지 허락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위험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자면, 조력 자살도 열어 주는 게 어떨까 싶다.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면 좀 더 편하게 보내 주는 게 좀 더 인간적인 거 아닐까. 물론 여기선 얘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큰 걸림돌이라고 하면 첫째로 자살 충동이 대부분 일시적인 것이거나 우울증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겠지. 그래서 대강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절차를 제안해 보자면, 죽고 싶은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은 우선 일차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거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 후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치료를 시행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지가 변하지 않으면 일정한 서식에다가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음을 인증해 준다. 그러면 환자는 이차로 법률가를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의 인증을 확인받고 자신의 죽음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음을 확인받으며, 더불어 유산과 유언 등의 사후처리 문제까지 마무리한다.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받은 환자는 이제 (가칭)자살전문병원을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확인받고 떠날 시간을 결정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환자는 다른 의사와 경찰의 입회 하에 병원에서 '죽음'을 시술받는다...

대충 생각해본 거지만, 어떤 식으로든 '편히 죽을'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사회가 자살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사회보다는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식의 확인 장치가 갖춰져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극히 일부라도) 좀더 편한 죽음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할 수 있고, 또 그 중 일부는 죽을 마음이 없어져 돌아가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더 나은 일 아닐까. 물론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체의 자살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의지로 자살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해 봐야 정말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일반인은 정신과 치료의 벽을 통과할 수 없을 테니 조력자살의 등장으로 사회의 자살률이 올라갈 거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자살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자. 물론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강화한다... 라는 것이 모범답안이겠지만, 높은 자살률이 낮춰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어느새 또 등산해 버렸다. 김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검색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온 지 좀 된 책이라 다 품절된 것 같고, e북만 파는 것 같아 웬지 좀 망설여지지만.
 


...아, 물론... 내가 지금 당장 죽고 싶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먼 훗날,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고 느껴진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 고통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언 같은 것도 미리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도 있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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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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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렇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 대단하다.

이사를 하고 나서, 아침 저녁 합쳐서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30분에서 두 시간으로 늘어나 버리는 바람에 도대체 차 안에 있을 때 뭘 해야 되는지가 참 고민이었다. 이어폰 끼고 하릴없이 창 밖이나 보다가 꾸벅꾸벅 졸고만 있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그래서, 버스 안에서 책읽기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는 차멀미를 자주 경험했고, 좀 커서는 그건 없어졌지만 그래도 뭔가를 보려고 펴들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으니까. 그래도 뭐라도 좋으니 책을 좀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그리고 어쨌든 가만히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책읽기를 다시 시도했다. 그리고 역시나 처음엔 힘들었다.

...근데, 계속 보니까 그게 되더라. 신기했다. 예전에 하루 30분 버스 타던 시절에는 그리도 힘들어서 시험보는 날 학교가는 버스에서도 차마 공부할 걸 꺼내볼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는 버스 안에서 한 시간도 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 물론 아직 원서나 논문 같은 걸 펴들고 읽을려고 하면 몸이 반응하기는 한다. 공부는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가.

...하기사, 학교 다닐 때,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을 꼽으라고 하면 난 등/하교 시간을 꼽곤 했었다. 왜냐면 그 시간은 정말로, 물리적으로, 공부하기가 불가능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쪼개 가면서 공부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D

...아무튼 그래서, 아침저녁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에는 책을 보더라도 웬만하면 공부 관련된 거 말고 다른 걸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문제는 일과시간에 얼마나 공부에 집중하느냐가 되는데, 아, 찔린다.

......아무튼-_-;;;; 그렇게 버스 울렁증을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역시 인간은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던 차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어느새 책을 보는 시간보다 책을 펴들고 앉아서는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 많아졌고, 졸다가 내릴 데를 지나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책 읽는 것에 이제 몸이 완전히 적응해버렸나 보다. 전혀 불편하지가 않으니 잠도 잘 오는 거겠지.

그래서 잠은 일찍 자야 되는데, 앞으로 잠은 열두 시에 자야지라고 수없이 결심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컴퓨터를 치워버리던가 해야지. 하지만 문제는 컴퓨터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 저주받은 집중력. 그리고, 일은 진작부터 나와 있있던 일인데, 직접 안 하시고 시키실 생각이셨다면 좀 진작에 던져 주시면 안 될까요...ㅜㅜ

p.s. 그래도 토요일 안에는 다 끝낼 수 있겠지. 그리고 일요일엔 놀고, 월요일부터는 일과 시간에 집중해서 진짜 열심히 하는 거지. 아,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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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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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때문에 쇠고기 협상 뒤집은 대만...우리는? (오마이뉴스)
대만發 '촛불 후폭풍', 한국에 역상륙할까? (프레시안)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지 않고, 나 진짜 2008년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이것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려던 대만이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소의 월령에 관계없이 6개 부위(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관련 생산품의 수입, 수출, 판매를 금지하는 쪽으로 식품위생법을 개정했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장 제기됐다.
(위 링크 기사. 프레시안)

우선 대만과 우리나라의 협상내용부터 비교해 보자.

수입금지되는 부위


대만 (식품법 개정 전) 참고자료
한국 (추가협상결과 반영) 참고자료
모든 월령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30개월 이상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뇌, 머리뼈, 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

빨간 글씨로 된 부분은 대만에선 금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위다. 왜 저런 차이가 생기냐면, 아래는 우리나라 협정서에만 있는 내용인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
본 수입위생조건 제1조(9)(나)의 적용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미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


미국 규정 9CFR§310.22(a) 에는 특정위험물질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냐면,

(1) 30개월 이상 소의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등배신경절
(2)
모든 소의 편도
(3)
모든 소의 회장원위부

...위에 링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사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저 규정은 수출용/내수용 공통이다. 그러니까, 아까 빨간 글씨로 해 놓은 삼차신경절, 경추, 극돌기, 정중천골능선 모두 제거된다. 우리나라에는 어차피 안 들어오는 부위라는 얘기다.

...그럼 어차피 안 팔고 안 들여올 부위를 왜 굳이 저렇게 써 놨냐고? 나도 몰라.
......혹시 몰래 빼돌려서 우리나라에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음모론 즐.

QSA

사실 저 위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OIE의 권고사항[각주:1]과 거의 일치한다. OIE는 WTO가 공인한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이다[각주:2]. 아무튼 저 협상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나 대만은 저 표에 적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위는 월령 상관없이 수입을 하게 되는 건데,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 미국 FDA의 규정[각주:3][각주:4]이나, 유럽연합의 규정[각주:5]이나 세부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OIE 권고사항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다고 몇 가지 조건을 더 달았으니 그게 QSA다. 그래서 애초 협상결과 SRM 제외하고 연령 상관없이 모든 부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서 30개월 이상 살코기(결국 30개월 이상은 아무것도 안 산다)를 제외시켰고, 30개월 미만에서도 뇌, 눈, 머리뼈, 척수를 제외시켰다[각주:6]. 대만도 QSA 를 통해서 자세한 수위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30개월 이상 소는 모두 제외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각주:7]. 이번 법 개정을 굳이 한 걸 보면 30개월 미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을 막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양국의 QSA 내용을 빼면 대만이 합의한 조건은 우리나라가 합의한 조건과 똑같다(QSA 내용을 합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강력했다). 물론 똑같은 걸 우리나라는 2008년 5월에 추가협상까지 해 가면서 만들어냈고, 대만은 그걸 2009년 10월까지 버티다가 만들어냈다는 차이는 있다. 아마 대만에게나 미국에게나 우리나라의 수입위생조건이 어떤 기준이 됐겠지. 물론 우리나라가 협상을 멍청하게 하는 바람에 주변국에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식으로도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애초에 안 위험한 걸 가지고 왜 꼭 땡깡을 부려야 되는 건데. 양쪽 모두 OIE의 권고사항보다 강력한 기준을 가지고 있잖아. WTO 체제 하에서 무역을 할 생각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와야 되는 거다[각주:8].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발라서라도 같은 기준을 국산 쇠고기에도 적용하던가[각주:9]. 이도저도 다 싫다면 그냥 WTO를 탈퇴하던지.

재협상?
대만이 이번 법 개정으로 6개 부위를 금지시키면서 분명 우리나라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 하게 되는 건 맞다. 그 차이는 두 가지, 30개월 미만의 내장과 역시 30개월 미만의 분쇄육이다. 대만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하겠다고 한 말 때문에 신난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보자. 저게 협상이냐? 기껏 다 협상하고 도장찍은 걸 뒤에서 국내법 바꾸고 입 닫은 거잖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저거 WTO에 제소라도 들어가면 백이면 백 다 깨진다. 본전도 못 뽑고 OIE 권고안대로 수입하게 되는 수가 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 저 정도 열어준 거라도 어디냐 하고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어떡하자고. 대만에서 법 바꿔서 뒤통수친 걸 가지고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고 '재협상'을 하자고? 애초에 저 결과는 대만과 미국의 '협상'결과로 나온 게 아니다. 차라리 우리도 대만처럼 협상 상대국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법 바꿔서 막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은 있다고 봐 줄 수 있겠는데, 재협상이라니, 재협상이라니!! 

근데, 법 바꾸면 해결될까? 까딱 잘못하다가는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데다가 그나마 추가협상과 QSA로 막은 미국쇠고기까지 OIE 기준대로 풀어주게 될 가능성이 있지[각주:10].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든 캐나다 쇠고기가 들어오든 미국산 쇠고기 월령제한이 풀리든 내가 보기엔 다 안전하니까 난 상관없다. 그래도 도저히 불안해서 안되겠다 하시는 분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데, 재협상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가능성 높고, 법 가지고 장난치다가는 겨우 막아놓은 것까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 높다는 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성공률을 높이려면 당장 한우에 대해서부터 월령기준이랑 SRM 기준 빡세게 정하고, 검역 제대로 하고, 법을 바꾸려면 같은 기준을 한우에도 적용시키는 게 좋을 거다. 우리나라는 이제 땡깡부리면 되는 후진국 및 개도국이 아니라 나름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바른 행실을 요구받는 선진국이란 걸 명심하자[각주:11].

이쯤 하면 일본드립이 한 번씩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일본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자. 일본이 그런 조건으로 협상하려고 얼마나 돈을 들여가면서 고생했는데. 거기다가 그거 다 뻘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각주:12]. 근데 우리는 뭘 했을까? 난 한우에 월령제한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고, 한우에서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다(도저히 못 찾겠으니 혹시 그 기준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블로그며 커뮤니티에 저런 거 퍼날라놓고 비분강개하여 나라 걱정하는 댓글 하나 달 때마다 이쪽 표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명색이 언론사라는 곳들에서 저런 기사 하나씩 때려서 어떻게든 촛불을 되살려보려고 할 때마다 지역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그리고, 명색이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것들이 저런 거에 흥분해서 당장 재협상하라고 설레발칠 때마다 재집권이 5년씩 멀어질 거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이미 내놓은 진보신당[각주:13]이랑 민주노동당[각주:14]은 그렇다 치는데, 민주당[각주:15]. 너마저...orz


p.s. 내가 그래서 노무현이 원망스러운 거야. 물러나기 전에 확 다 열어제끼고 나갔으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는 안 됐을 거 아냐. 정말이지 요새는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 자폭 팀킬만 하는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전부 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목마 같애. 이제 어디 찍어야 돼?

p.s. 이제 이 문제로는 화내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귀찮은데, 그래도 글에서 감정을 빼는 건 쉽지가 않다.

p.s. 이쯤에서 꼽아 보는 적절한 추천도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유수민. 지안. 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정지민. 시담.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양기화.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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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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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넷을 돌아다니던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보게 됐다.

http://uncyclopedia.kr/wiki/%EC%9D%B4%EA%B8%80%EB%A3%A8%EC%8A%A4

아아 백괴사전. 잊어버릴만 하면 어디선가 걸려있는 링크를 통해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재밌는 곳이다. 이거 즐겨찾기에라도 등록해놓을까 봐. 사실 이글루스에서 스킨 2.0인가 뭔가만 하지 않았으면 이 블로그는 이글루스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건 그렇다는 얘기고.

이글루스는 몇몇 유명 블로그만 눈팅하고 있는지라 저 사전의 설명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감으로 맞춰가면서 깔깔대면서 읽던 중에 어느 블로거의 필명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 블로거를 텍스트큐브닷컴으로 와서 처음 알게 됐는데, 텍큐닷컴 블로그만 돌리는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해당 블로거와 직접 글을 교환한 적은 없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그의 글이 유독 많이 눈에 띄어서, 그리고 그 내용이란 게 참 짜증을 유발해서 몇 번 반박글이라도 써 볼까 하다가도 그러다가는 물량/속도/시간 뭘로 봐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관두곤 했었다.

한 가지 위안이 됐던 건 나만 그 사람에 대해서 짜증내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 정도. 뭐, 보면 추종자도 많은 것 같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왜, 어떻게 도대체 그렇게 자꾸 눈에 띄는지 몰라. 나도 그 사람처럼 글 쓴 다음에 글에서 조사만 빼고 나머지 단어를 전부 태그에 집어넣으면 알림판에 걸릴 수 있을까? 근데 나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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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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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예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소설 다빈치 코드를 비롯하여 막달라마리아와 결혼해서 자손이 있다는 설이 있지만, 적어도 현재의 통설은 예수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로, 예수는 솔로다. 또한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는 '동정녀 마리아'로 칭해진다. 즉, '동정'이므로 역시 솔로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래도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나오겠지만 무시하자. 어쨌든 동정이란 게 중요하다.


남자가 스물다섯이 넘어서도 동정이라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고들 하지 않는가. 이는 결혼했는지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이 '동정인가 아닌가' 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예수는 결혼하지 않았으므로 솔로고, 성모는 결혼했지만 동정이므로 솔로라는 것이 이 글의 기본 전제다.

 

즉, 크리스마스 유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두 사람이 모두 솔로다. 그런데, 왜 크리스마스는 세간에서 연인, 즉 커플들의 날로 인식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기독교와 유대교 사이의 갈등관계에서 찾아보려 한다.


기독교와 유대교는 같은 기원을 갖는데, 기독교는 삼위일체설에 따라 예수를 메시아로 간주하며 성부, 성령과 동격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두 종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게 되고, 이에 유태인들은 예수의 생일로써 기념되는(실제 생일은 다른 날이라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퇴색, 변질시킴으로써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기독교인들을 조롱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모진 수난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도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를 잃지 않고 절치부심하여 착실히 재력을 쌓은 유태인들. 수백년에 걸쳐 절치부심한 끝에 결국 세계의 자본과 미디어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고, 사실 두 솔로의 날인 크리스마스를 커플들의 날로 바꿔버리려는 원대한 계획이 실행된다.

 

우선 주요국의 행정부에 압력을 가해 크리스마스를 쉬는 날로 만든다. 나라에 따라서는 새해까지 휴가가 이어지기도 한다. 생업에 바빠 만나지 못하던 커플들이 만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세계의 문학가들을 매수하여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애절한 러브스토리들을 써내게 한다. 대표적으로, 남편은 줄 없는 시계를 팔고, 아내는 애지중지하던 긴 머리를 잘라 서로의 선물을 마련하려다 서로가 서로를 낚는 크로스낚시의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어떤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 외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배경이 크리스마스인 문학작품들은 찾아보면 많다.

 

그러니까 왜 굳이 크리스마스여야 하는가? 연인이나 부부는 물론이고, 가족을 비롯한 더 큰 단위의 혈연관계도 결국 남녀 커플을 기본으로 하기에 두 '솔로'의 날인 크리스마스의 정신과는 맞지 않는다. 복날 온가족이 다같이 모여 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개를 잡으며 가족애를 다지는 소설은 왜 없는가? 일년 중 농사일로 가장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봄철이나 추수철에 온 가족이 같이 밭에서 일하며 흐르는 땀방울 속에 가족애를 다지는 내용의 소설은 왜 없는가?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배고픈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 속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이 이를 증명해 준다. 자본을 가진 집단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배고픈 예술가들을 매수했다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크리스마스를 연인들의 날로 변질시키는 데 성공한 유태인들의 두 번째 음모는, 크리스마스를 흥청망청 쓰는 날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예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고, 성모도 겨우 마굿간에서 예수를 낳았다.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더욱더 어려운 곳에 눈을 돌리고 무절제한 소비를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서 두 가지의 음모가 실행되었는데, 그 첫 번째가 앞에서도 언급한 문학가들을 이용한 공작이다. 항상 가난하고 어렵게 살던 부부는 왜 굳이 '크리스마스'에 아끼던 시계를 팔고 머리를 잘라 가면서까지 상대방에게 줄 선물을 마련해야만 했을까? 항상 알뜰하고 검소한 삶을 살던 한 노인이 꿈속에서 죽은 친구의 망령을 만나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소비'를 하기로 결심한 날은 왜 하필 '크리스마스'였을까? 사람 사이에 특별한 날이 크리스마스밖에 없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생일도 있고, 백일 이백일 일주년 이주년... 기념일은 차고 넘친다. 또한, 아무리 서구사회가 기독교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지만 특별한 날이 크리스마스밖에 없는 건 아니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학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의 심경 혹은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계기가 되는 특별한 날이 '크리스마스'인 경우가 유난히 많은 건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그 두 번째는 산업과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공작이다. 첫째에서 밝혔듯, 문학작품을 이용하여 크리스마스에는 소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들 마음 속에 심은 후, 자본과 미디어를 대대적으로 투입하여 소비를 유도한다. 상점에는 갖가지 삐까번쩍한 고가의 상품들, 거리에는 기분을 들뜨게 하는 각종 장식물,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미 장악한 각종 매체를 통해 은연중 소비를 권장한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은 '크리스마스'에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결과, 크리스마스에만 통하는 일회성 상품과 행사가 남발되어 각종 재화와 에너지와 사람들의 정신과 체력 등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결국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공해와 각종 쓰레기, 피로, 허탈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원래 그 날의 주인인 두 솔로와 가난함 속에 꽃핀 그들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음모는 성공하였다.

 

이것이 '커플들의 날' 크리스마스의 이면에 숨은 음모!
현혹되지 말고 슬기롭게 크리스마스를 넘기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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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뻘글 하나씩 쓰기' 이를테면 뭐 그런 걸 하고 놀았던 적이 있다. 세 번인가 네 번인가 하고는 그만뒀지만. 이 글은 2005년에 처음 썼던 글인데,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어서 매년 이맘때쯤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다듬어 보곤 한다. 올해는 문구 몇 군데 수정하고 짤방을 넣어 보았다. 참고자료라던가 근거 같은 게 전혀 없는 건 이 글이 음모론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관계가 잘못된 내용들이 분명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원래 음모론에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는 거다. 음모론이 왜 음모론인데... 참고로 난 무신론자다.

의욕적으로 뭔가 좀더 고쳐 보고 내용도 더 넣어 볼까 하고 있었는데, 문득 보고 있던 뉴스에서 '성탄절 음모론'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관련기사 : 성탄절 음모론) 보고 있으려니 이 글의 '두번째 음모'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물론 유태인 음모론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아무튼, 나와 똑같은 생각을, 그것도 진지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련의 집단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에 김이 새버렸다.

아무튼,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창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였으면 좋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일도 출근해야 되는데 눈이나 비가 오면 길이 막혀 출근하는 데 오래 걸리고 날이 추우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이러는 거다. 절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운운하면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좋아할 어떤 사람들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빨간 날인데 출근이라니. 그것도 평소보다
30분 더 일찍. 거기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있어야 될 것만 같은 느낌. 아, 도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실험계획을 이딴 식으로 세운 거지...

흥, 크리스마스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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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몰랐는데, 매년 12월 10일이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권의 날' 이라고 한다[각주:1]. 그리고, 그 즈음해서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여러 신문에서 떴다.


그리고 저 기사들이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카페, 블로그 등에 퍼날라졌다. 그래, 용산참사나 국보법 기타 등등 저 기사들에서 언급되는 사건들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고, 그걸 가지고 이명박과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아래와 같은 식의 제목뽑기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촘스키 “MB정부 민주주의 탄압 중단하라”
촘스키 등 국제저명인사 173명 성명 (한겨레. 2009.12.09)


어쨌든, 성명 발표의 주체는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민주넷)고, 촘스키를 포함한 173명은 그 성명서에 서명한 사람들이다. 근데 그걸 가지고 촘스키가 주체가 되어서 한국 정부에 한마디 한 것 같이 기사를 쓰는 건 좀 아니잖아.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에도 그런 식의 제목을 달고 퍼져나갔고.

호들갑은 떨지 말자. 아무리 MB와 한나라당이 짜증나도, 아무리 촘스키가 후덜덜한 명성을 가졌어도, 성명의 주체와 참여자를 뒤바꿔 버리는 게 어딨어. 게다가 그 당시(12월 9일) 성명서 전문은 공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각주:2]. 기사에 짤막하게 성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고만 나와 있던 상태였는데 다들 그저 촘스키 촘스키. 더군다나 20개국 173명의 인사와 4개의 단체가 참여했다는데도 그저 촘스키 촘스키.

솔직히 난 저런 식의 국제서명운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식으로 서명을 받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민주넷의 성명에 촘스키가 서명한 걸 가지고 촘스키가 나서서 한국 정부를 비판한 양 기사를 쓰는 건 오바고, 촘스키 등 173명이 정말 진지하게 서명했는지 아니면 그냥 이런 마음가짐[각주:3]으로 대충 서명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성명서 내용보다도 촘스키 이름을 앞세우는 건 호들갑이 맞다.

그러니까, 촘스키가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촘스키가 MB정부 비판했대요! 대한민국 개망신!' 이라는 반응들은 많았지만, '도대체 성명서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길래 그러지?' 하는 반응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게 난 아쉬웠던 거다. 그 성명서의 내용이 정말 제대로 된 비판이든, 아니면 허무맹랑한 환타지 소설이든 간에, 어느 시민단체가 MB를 비판한 것에 대해 그 내용보다 촘스키를 앞세우는 건 좀 우스운 일이잖아. 근데, 정말 짜증났던 건,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했던 12월 10일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그 성명서를 도통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거다. 어느 신문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저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민주넷의 홈페이지[각주:4] 같은 데를 들어가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 단체에서 촘스키 이름으로 바람만 잡고 성명서 내용은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던 차에 성명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좀 힘들었다.

노암 촘스키가 이명박의 반민주적 정책을 비판하다 (다함께 문서자료실)
노엄 촘스키가 이명박의 반민주적 정책을 비판하다 (레프트21 단독보도)

근데 왜 이게 다함께 자료실에서 나오는 걸까? 민주넷과 다함께는 무슨 관계인 걸까?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니까 다함께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왜 이건 '레프트21'에서만 단독보도된 걸까? '레프트21'과 '다함께'는 컨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각주:5]는데,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성명서는 다함께와 제휴한 언론에만 보도되고, 서명운동에도 다함께 사람이 수고했고, 이 성명과 서명운동을 다함께가 주도한 걸로 봐도 될까? 촘스키가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그 기사들을 열심히 퍼다나르던 사람들은 그걸 알까? 작년 촛불시위 때 참여자들에게 인터넷에서 그렇게 욕을 얻어먹던 다함께가 주도한 성명이라면 저 기사 퍼다나르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각주:6]

다시 촘스키 얘기로 돌아가서, 저 서명에 참여한 173명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 촘스키인데(아마 제일 유명해서 그렇겠지만), 촘스키란 사람이 우리나라 시시콜콜한 사안에 대해 정부를 비판할 때 그 이름을 앞장세울 수 있을 만큼 이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일까?

일단, 내가 아는 촘스키는 언어학자다. 물론 난 그쪽 전공이 아니라 그의 언어학 책은 구경도 못 해봤다.
그리고, 사회 및 정치에 대해서도 촘스키는 책을 많이 썼다. 다만 난 촘스키 책은 아직 한 권도 못 봤다.

도대체 촘스키가 정치, 사회 분야에서도 언어학에서의 그의 입지만큼이나 후덜덜한 권위를 가져도 되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예술 및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의하면 1980년부터 1992년 사이에 촘스키는 생존해 있는 학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이고, 역대 인물 중 여덟 번째로 자주 인용되는 학자로 기록되어 있다[각주:7]고는 하는데, 그게 다 언어학으로 쌓은 권위일지 어떻게 알아.

아무튼, 그래서 저 A&HCI 자료에 어떻게 접근해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고, 꿩 대신 닭이라고 구글 학술검색으로 촘스키의 저서들을 모두 검색해보기로 했다. 촘스키의 저서 목록은 여기서 가져왔고[각주:8], 그걸 구글 학술검색에 넣어서 각각 얼마나 인용됐는지 검색해봤다. 그 결과,


촘스키의 후덜덜한 인용숫자의 거의 대부분은 그의 언어학 분야 저작들에서 나왔다. 물론 그의 언어학 분야의 저작들은 그야말로 학술자료고, 그 외 분야의 저작들은 학계의 사람들보다는 대중들을 목표로 쓰여진 책이라고 본다면 인용횟수를 단순히 비교하는 건 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서 확실한 건, 언어학 이외의 분야에서, 특히  정치, 사회 분야의 학계에서 촘스키는 별로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즉, '살아있는 학자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는 타이틀이 정치, 사회분야에서 촘스키에 어떤 유효한 권위를 부여해 주지 않는다는 거다. 민주넷의 성명서에서도 마찬가지고. (물론 이것도 촘스키가 정치, 사회분야에서 뭔가 후덜덜한 논문이라도 써서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래서 말인데, 정치, 사회분야에서 촘스키의 위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베스트셀러 작가' 수준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진중권의 미국 버전'이라고 표현하면 딱 내 생각과 맞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건 다음 의문과도 연결되는 건데, 촘스키 등 20개국 173명의 사람들이 도대체 우리나라 사정에 대해서 얼만큼이나 잘 알고 있겠느냐는 거다. 몇 군데 미국 유명 일간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yongsan'으로 검색해봐도 아무것도 없다. 기껏해야 용산 미군기지 얘기나 가끔 보인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한국 신문사들이 내는 영자신문 같은 걸 찾아본다던가, 아니면 누군가가 한국 소식을 영역해서 보내준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성명서에 언급된 사건들에 대한 심도있는 정보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쯤에서 한번 우리가 미국, 영국, 호주, 포르투갈... 등의 나라의 내부사정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나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사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도대체 어떻게 173명에게서, 그것도 20개국의 사람들에게서 서명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기사에 있는.
- 국제서명 조직을 위해 박준규(다함께 국제 연락팀) 씨가 수고해주셨습니다.
- 이 국제서명운동은 올해 초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지난해 촛불 운동을 방어하기 위해 조직한 국제방어성명의 연장선에 있다.
라는 내용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한번 검색이나 해보기로 했다.

우선, 레프트21에 실린 다른 기사[각주:9]에서, 다함께가 꽤 잘 갖춰진 국제적 조직을 갖고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제 사회주의자 경향(International Socialist Tendency)의 한국 가맹단체라는 것도[각주:10][각주:11][각주:12].

그리고, 올해 초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조직했다는 국제방어성명이란 건 이거다.
촛불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호소문 발표

아마도, 저 호소문을 가지고 1월부터 계속 서명을 받으면서 근 1년을 끌어오는 동안 용산참사 내용 추가하고 언론노조 관련 내용도 추가시키고 그랬겠지. 그래서인지 1월의 성명서에 싸인한 사람들은 그대로 12월의 성명서에도 포함되어 있다. 연장선상에 있다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싸인을 받고 내용을 추가하게 되면 다시 싸인을 받는 게 상식일 텐데 과연 그렇게 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싸인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다시 부탁했더라도 해 줬을 것 같긴 하다.

전부 다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다들 사회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주의자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별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다만, 다함께가 IST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각 나라의 IST 관련 단체를 통해서 각국의 인사들에게 접촉해서 서명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려는 거다. 미국 쪽에 대해서만 대충 검색을 해 봤는데, 직접 미국 ISO 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있고, ISO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쉽게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자신과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 우호관계에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의 요청이라면 쉽게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 사안에 대해서 설사 잘 모른다 하더라도... (물론 이쪽에서 만들어간 성명서 정도는 읽어봤겠지)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물론 어떤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그 사람의 권위를 보증해 주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국제서명인데 (시민)이라던가 (~~대학 학생회)는 좀 너무하잖아. '우리 이렇게 많이 싸인받았어요!'가 목적이었다면 그냥 국내 서명으로도 충분하잖아. 명색이 국제서명운동인데 좀 이름 말하면 딱 알 것 같은 사람들 싸인만 좀 집중해서 받지들 그랬어. 물론 지금까지 쭉 해온 얘기가 '유명한 사람도 다 필요없다!'니까 다 쓸데없는 얘기긴 하지만.

...이리저리 힘들게 검색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뒤늦게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우리 정부에 인권 개선 촉구 국제 서명

민주넷은 이메일 답장 형식으로 서명을 받았고, 서명인 가운데는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 공대 언어학 교수와 하워드 진 미 보스턴 대학 명예교수 등 저명 인사도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맨 처음 짐작대로 이메일이었어. 하긴 뭐 딱히 다른 방법도 없겠지만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메일이었다니. 이쯤 되면 이메일이 다함께에서부터 각 대상으로 직접 보내졌는지 아니면 세계 각국의 IST 단체들을 경유해서 전달되었는지가 궁금하고, 또 몇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그 중 몇 명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지 뭐 그런 것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서 포기.

근데, 그렇다면 도대체 호주의 경우나, 중간에 간간이 보이는 (시민)들의 경우는 뭘까. 설마 저거 일차 수신인에게 전달된 이후 행운의 편지 돌듯이 거기서 빙빙 돌았던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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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

저 서명에 참여한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한국의 국내사정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며 걱정하고 있을 것 같지 않다. 서명은 다함께의 국제 네트워크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측과 서명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상적 유사성으로 인해 서명도 쉽게쉽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의 내용은 서명을 받는 중간에 바뀐 것으로 보이며, 서명 참여자 중 일부는 자신의 서명 이후 성명서의 내용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마저도 있어 보인다. 성명 참여자 중 특히 촘스키를 많이들 언급하는데, 촘스키를 딱히 이런 분야에 어떤 전문성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보기 힘들다. 게다가 미국 내부 일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외국 일인 담에야 더더욱.

그러니까 저 성명서를 가지고 이명박 정부를 까고 싶다면 괜히 애먼 촘스키를 앞세우지 말고 공부를 좀 한 다음에 촛불시위 폭력진압이나 용산참사, 언론노조 탄압 등의 개별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논리를 먼저 세우고 공격을 하자. 촘스키의 이름이 주장에 논리정연함을 부여해 주지 않으며 서명 참여자의 숫자가 주장에 힘을 실어 주지 않는다. 유효한 무기는 언제나 논리와 대안뿐이다. 



p.s. 이왕 쓰는 거, 촘스키라던가 저 서명에 참여한 개인 및 단체들에 대해서 좀더 제대로 스토킹(......)을 해 보려고 했는데, 며칠 동안 이 글을 붙잡고 있으려니 도저히 지겹고 귀찮고 힘들어서 대충 마무리. 난 안될거야 아마(......)

[각주:13]

  1. http://100.naver.com/100.nhn?docid=92593 [본문으로]
  2. 확실치 않다. 12월 11일인가 12일쯤에 겨우 찾아내기는 했는데, 그게 12월 10일 이전부터 거기 올라와있었을지는 모르는 거니까. 다만 12월 10일에 발표한다고 했었으니 그렇게 추측할 뿐. 다만 촘스키 및 서명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보다 성명서 내용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려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본문으로]
  3.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1278252&cp=nv [본문으로]
  4. http://minju.jinbo.net/ [본문으로]
  5. http://www.left21.com/1_news_subject.php?pageNo=10&subject_code=02004000 [본문으로]
  6. 말은 이렇게 해 놨지만, 다함께라는 단체에 대해서 딱히 안 좋은 감정은 없다. 왜냐면 일단 잘 모르니까...-_-;; 촛불시위 때 무슨 폭력시위를 유도하네 뭐네 해서 말이 많았는데, 그것도 뭐 내가 확인한 일은 아니고. [본문으로]
  7. http://ko.wikipedia.org/wiki/%EB%85%B8%EC%97%84_%EC%B4%98%EC%8A%A4%ED%82%A4 [본문으로]
  8. http://www.chomsky.info/books.htm [본문으로]
  9. http://www.left21.com/article/1064 [본문으로]
  10. http://ko.wikipedia.org/wiki/%EB%8B%A4%ED%95%A8%EA%BB%98 [본문으로]
  11. http://ko.wikipedia.org/wiki/%EA%B5%AD%EC%A0%9C_%EC%82%AC%ED%9A%8C%EC%A3%BC%EC%9D%98%EC%9E%90_%EA%B2%BD%ED%96%A5 [본문으로]
  12. http://en.wikipedia.org/wiki/International_Socialist_Tendency [본문으로]
  13. http://reds.linefeed.org/groups.html 글 쓰면서 돌아다니다가 본 자료인데, '미국 좌파의 분류' 쯤 되는 듯. 나중에 읽어보면 나름 재밌을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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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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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봄날은 '왜' 갔는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구당 김남수에게 묻는다


이 기사를 보고, 사람이 우스움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도 없는 데서 이 기사를 봤다면 모니터를 보면서 낄낄 웃으며 욕을 내뱉는 정말 웃긴 장면이 나왔을지도.

도대체가 똑같은 것들끼리 뭐 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한쪽은 면허가 있고 한쪽은 없다는 차이는 있지만, 양쪽 다 자신이 옳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점, 그러나 사실 둘다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똑같다.

...게다가, 죽은 사람 가지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냔 말이다. 케이스 가지고 토론을 하고 싶으면 김남수를 불러다가 자기네들끼리 하던가. 김남수가 장진영의 병세를 더 악화시켰다는 물증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손을 거쳐간 환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 속에서 죽었는데 그걸 버젓이 자기 자랑하는 책에 구구절절 써 놓는 김남수나, 일반인들 보는 (인터넷)신문 지면에서 한다는 소리가 '저 사람이 잘못해서 사람 잡았대요' 이 모양인 이상곤이나 도찐개찐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사에 제목을 붙여보자면 '돌팔이 Vs. 돌팔이' 가 좋겠다. '무당 Vs. 무당' 도 괜찮다. 프레시안을 보면 참 괜찮은 기사들도 자주 올라오는데 저런 사람한테 무려 매주 연재를 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얘기하기조차 짜증나는 ㅊ모 기자의 기사들(고소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 어찌 됐나 모르겠다)을 보고 있으면 어느날 갑자기 순식간에 망가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프레시안까지 망가져 버리면 참 아깝고 암울하잖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한경오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장진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청연이 보고 싶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결국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어쩌다 보니 영화의 흥행 실패와 함께 지나가버렸다. 생각난 김에 DVD라도 빌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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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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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이폰. 참 좋다. 메일이랑 연동시켜서 메일을 보내면 어디서든 바로바로 받아볼 수 있고 또 컴퓨터 없어도 바로바로 문자보내는 것처럼 답장도 보낼 수 있다. 참 편리하고 좋...... 기는 개뿔.

그래서,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는 이제 기억이 안 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자유시간이 점점 없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냐. 분명 전화가 발명됐을 때도 그랬을 테고, 삐삐가, 핸드폰이 발명됐을 때도 그랬겠지. 기계가 자유를 빼앗아 간다고... 다만, 난 지금 이런 고차원적이고 진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교수님. 교수님은 지금 해외 출장중이십니다. 새로 구입하신 아이폰이 아무리 좋아도 평소보다 더 가까이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해 주시면 곤란 감사합니다ㅜㅜ 교수님 안 계셔도 농땡이 안(......) 피우지 말입니다ㅜㅜ orz


p.s. 스티브 잡스, 나쁜사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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