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신종플루 때문에 후덜덜하고 있으니까 타미플루가 뜨고, 타미플루의 원료라는 한약재 팔각이라는 것까지 덩달아 뜨는 것 같다. 타미플루를 급하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솔직히 그럴 필요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 원료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니까 뭐 거기까지는 좋다 치자. 근데 왜 거기서 엉뚱한 사람들이 덩달아 흥분하며 '그러므로 타미플루도 한약이라고 볼 수 있음 ㅇㅇㄳ' 이런 반응들은 왜 나오냐는 거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는 분야라 설명은 못 하지만, 이건 그림 하나만 봐도 분명해지는 문제다.

http://en.wikipedia.org/wiki/Oseltamivir#Chemical_synthesis

위키피디아에서 긁어온 타미플루의 합성과정이다. 팔각은 어디 있냐고? 맨 처음에 있는 (-)-shikimic acid, 이게 팔각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수율은 3~7%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현재까지는 팔각에서 뽑아내는 게 제일 수율이 높은 모양이다. 한의학에서 팔각을 넣고 무슨 약을 만드는지는 모르겠는데, 팔각이랑 각종 한약재 넣고 삼일밤낮 끓이면 저 복잡한 합성과정을 거쳐서 타미플루가 튀어나오나? 아니 백번 양보해서, 꼭 저 방법으로만 타미플루가 만들어지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런 건 되나?


타미플루의 원료가 한약재 팔각이라고 흥분하기 전에, 한번 팔각이 들어가는 한약(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을 가지고 HPLC, NMR 같은 거라도 해 보는 게 순서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거랑 비슷한 구조가 나오면 설레발을 쳐도 그때 가서 치는 게 더 좋을 것 같단 말이지. 팔각에서 shikimic acid 뽑아내는 수율이 낮아서 E.coli 가지고 합성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는 모양인데, 그거 성공하면 어떡할려고들 저러는지 몰라.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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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좋은 곳을 발견, 지난번 글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그럴 것이다라고 어느 정도 확신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각 전직대통령 사망 다음날의 기사 제목이 어떻게 나와 있나 정리했다. 다만, 지난번 조선일보 경우처럼 제목이 따로 정리돼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직접 지면을 눈으로 읽으며 찾아야 했다는 거... 다행히 1990년 이전의 지면 PDF파일이 제공되는 건 한국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네 종밖에 없었고, 지면 숫자도 별로 많지 않아 수고를 덜었다. 다만 이승만 박정희 때는 '한자 + 세로쓰기 + 인쇄상태 나쁨' 의 콤보로 인해 대충대충 읽은 관계로 빼먹은 부분이 있을지... 도 모르겠다-_-;;;

아무튼, 귀찮은 관계로 다- 생략하고, 기사 '제목'에서 '죽음'을 뜻하는 단어 중 어떤 단어가 사용되었는가만 확인해 봤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으로...
* 이름 밑의 날짜는 '사망한 날'이 아니라 "사망 다음날"

...좀 예상과 달랐던 건,
첫째, 박정희의 죽음에 대해 '서거'를 사용한 신문이 많았다는 거. 조선일보조차 사용하지 않은 표현을다른 신문들이 사용했다는 건 좀 의외였다. 기사 내용을 대충 보면 그 중에서도 서울신문이 특히 박정희를 많이 좋아라 했던 듯하다.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박정희가 죽은 후에도 눈치를 봐야 했거나, 아니면 박정희가 어쨌든 인물은 인물이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난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둘째, 동아일보는 최규하의 죽음에 대해서도 '서거'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 최규하가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동아일보는 그 시점에 이미 전직대통령에게는 서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던 걸까?

노무현과 김대중의 경우는 예상대로 서거로 통일. 노무현의 사망 직후, 대부분 언론사에서 제목에 '사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가 네티즌들의 항의 폭주로 황급히 '서거'로 바꾸던 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노무현에게는 사망, 김대중에게는 별세 정도의 표현이 대세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예상하고... 동아일보가 최규하에게 사용했던 서거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지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되었을 테지만, 다 지나간 마당에 별 의미없는 일이겠지. (게다가 그렇게 시끄러운 일 없이 넘어갔으면 내가 지금 이런 거 찾고 있지도 않겠지-_-; )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언론들이 박정희의 죽음을 높여서 서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까지는 서슬퍼런 독재 시대의 아픈 단면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근데 인터넷 스타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전직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표현을 다시 '서거' 로 바꿔버렸으니 이걸 어쩌지?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나중에 전두환이 죽었을 때 언론이며 방송에 '서거'로 도배되는 거다. 정말 그런 꼴까지 앞으로 봐야 되나? 설마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의 네티즌들은 다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서거가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따져 줄까? 그럼 애국민주네티즌들과 전사모의 대결을 볼 수 있을까? 그분의 아호를 따서 이름붙인 공원까지 만들어지는 판이니 그분 역시 상당한 수준의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 가정한다면, 꽤나 볼만한 판이 벌어지겠다. 그거 보고 있으면 분명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우리 ***오빠대통령 정도는 돼야 죽었을 때 서거했다고 할 수 있는 거임! 어디 (독재자/빨갱이) 주제에 감히!"

분명히 중딩 때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신경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일 거야... 아, 정말이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고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진다. 하아...

...그리고 그보다 더 우울한 건, 다 써놓고 보니까 내가 도대체 왜 저걸 찾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또 주말이 이렇게...



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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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저런 짤이 돌기 시작했다. 뭐 그 전부터 돌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 눈에 띈 건 아무튼 그 이후였다. 참 저걸 가지고들 김대중을 까는데ㅡ아니, 정확히는 아무 내용 없이 그냥 저 짤만 올려놓고 스르륵 잠수를 타는데ㅡ도대체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난 모르겠다.

역대 세계 주요 인사 장례식 어땠나

[특파원 코너―오종석] 조문 외교

그러니까- 저 사진 속에서 김대중이 조문하고 있는 히로히토가 죽었을 때, 전 세계 150개국이 조문사절을 일본으로 보냈다. 우리나라도 당시 국무총리가 조문하러 일본을 찾았고, (아마도)반일감정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국도 부총리를 조문사절로 보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도쿄재판에서 히로히토가 살아남은 건 말도 안 된다, 죄질이 아주 나쁘다는 주장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과 별개로, 2차대전 당시의 행실이 어떠했든 히로히토가 죽을 당시(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은 친해 두면 좋은 나라였고,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 조문 또한 외교의 한 수단이기에, 조문사절을 보낸 150개국에서는 히로히토가 누구며 생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보다 일본과의 적절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2차대전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조문사절을 보내지 않은 네덜란드의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다. 애초에 유럽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어차피 잘먹고 잘사는 네덜란드는 일본이 별로 아쉬울 게 없었을 거다. 좋든 싫든 일본과 부대끼며 살아야 되는 한국이나 중국, 게다가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과 중국은 어쨌든 선진국 일본과의 적절한 관계 유지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조문사절 파견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김대중의 조문도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김대중은 제1야당인 평민당의 총재였고, 따라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도 국가 원수나 총리 정도의 무게감은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의 외교적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또, 김대중은 아시아 작은 나라의 일개 야당 정치인에 불과했지만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외국을 전전하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사람이고 보면, 그저 일국의 야당 총재 이상의 유명세를 타고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니까, 김대중이 당시 마음속으로 일본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갖고 있었건 간에, 그의 행위를 개인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해석하는 건 너무 단순한 짓이란 거다. 아, 물론 김대중이 사실 골수 친일파라서 히로히토를 조문하면서 속으론 어디서 본 표현대로 '천황폐하, 저 도요타 다이쥬입니다...' 뭐 이랬을 수도 분명 있다. 근데,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관심법을 아무데서나 쓰는 건 좀 자제해야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신문기사는, 저걸 가지고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더더욱 모르겠다(신문기자 말고 저걸 캡처해서 퍼뜨리는 사람이). 호칭을 지네들 부르는 대로 불러주겠다는 게 뭐 그리 큰일인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어차피 일본 천황은 실질적인 권한이라곤 없는 그냥 화석화된 상징일 뿐이고, 지금 세상에 일본 건국신화나 천황의 족보라던가 만세일계라던가 그딴 거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없고... 그거 가지고 비위 좀 맞춰주면 좋은 일이고, 그걸로 뭔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일이고... 다만,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불만인 건 천황보다는 현지발음대로 덴노가 더 좋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 패스...

근데, 한 가지 불만인 건, 김대중을 좀 까보겠다고 저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 그리고 김대중을 지지하지만 저 사진과 기사를 보면 뭔가 속이 불편하면서 말이 잘 안 나오는 사람들은 결국 '친일은 나쁜 거다'라는 공통의 전제를 갖고 있다는 거다. 근데 그거 정말 나쁜 건가? 난 식민지근대화론이라던가, 식민지 시기 조선인들이 일본에 가졌던 감정이 어떠했다라던가 뭐 그런 건 잘 모른다. 근데, 그게 독립 6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모두가 가져야 하는 공리여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보다도 이제 우리한테 필요한 건 이런 거 아닌가?

(심심해서 해보는 책 광고다. 클릭하면 네이버 책 페이지로 이동한다. 저 두 권 중에 한 권밖에 안 읽었다는 건 일단 논외로 하자-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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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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