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박사 가수’ 논문으로 일내다… 루시드 폴 연구물 ‘네이처’ 계열 저널에 게재
사실 난 루시드 폴이 외국인인 줄 알았다(...혹시 어쩌면 외국 국적일지도 orz). 그보다도 사실,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는데, 난 루시드 폴이 옛날 사람인 줄 알았다. 대충 8~90년대 활동하던, 그래서 지금은 나이많은 중년의 신사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공학박사에, 졸업논문은 간지나는 데 실리고, 음반이 네 장째... 더구나 불과(?) 서른넷에, 무려 잘생기기까지 했다. 깔 게 없다... orz
근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 정식 소개됐다. 지난달 2일 온라인판 ‘주목할 만한 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뭔 소리지. 논문 중복게재란 건가. 저런 큰일날 짓을... 이라고 생각하면서 네이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좀 뒤져 봤더니 이런 게 걸렸다.
Micelle-based delivery: Just say NO
Gavin Armstrong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10월 2일자로 올라온 문건이다. 이건가 싶긴 한데 저자명이 낯설다. 자세히 보니 진지한 논문이 아니라 Research highlights 다. 기사에 나온 말대로 '주목할 만한 연구'로 번역해도 무리없을 듯 싶다. 그러고 보니 레퍼런스도 달랑 하나고, 본문도 그 레퍼런스의 내용과 그 발견의 의의 및 기대효과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논문이 바로 이것↓
제일저자 Jo YS 가 아마도 조윤석(루시드 폴)인 것 같다. 제목도 기사에 나온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이랑 맞는다. 이게 바로 미국 화학회지 JACS에 실렸다는 그 논문인 것 같다. 다만 게재 시점은 기사에 나온대로 '지난 9월' 이 아니라 '10월'이다(JACS 온라인판에 실린 날짜가 9월 18일이다).
...이제 정리가 좀 된다. 애초 조윤석의 논문은 JACS에 실렸고(온라인판 9월 18일. 출판 10월), 그걸 읽어본 Gavin Armstrong 이 '우왕ㅋ굳ㅋ' 하면서 그걸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했고, 그게 네이처 케미스트리 온라인판에 10월 2일자로 올라갔던 거다. 그리고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라고 나오는 걸 보면 아마 이번달 23일자로 인쇄되어 실린 모양이다. 정확히는 네이처가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일 테고,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된 게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된 거겠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궁금증은 해결됐는데,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이건 도대체 뭔 소릴까. 설마설마하니 같은 내용으로 두 군데도 아니고 무려 세 군데에 논문을 낼 수는 없을 텐데. 화학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또 다른 논문 데이터베이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PubMed 에서 '조윤석'으로 검색해 봤다.
검색결과
조윤석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는 논문은 총 다섯 편이고, 혹시나 동명이인일까 싶어서 대충 살펴봤는데 일단 전부 루시드 폴이 맞는 것 같다. 2005년에 나온 논문이랑, JACS 논문과 그 후에 나온 논문 한 편을 빼면 남는 건 2009년에 나온 두 편. 아마 그 두 편을 두고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보면 전부 다른 논문이다. 그럼 그렇지. 중복게재라니, 그런 큰일날 짓을 했을 리가...
...
기사 보고 '아니 이런 엄친아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를 외치며 간단하게 글 하나 쓰려고 했는데, 궁금증에 이것저것 찾다 보니까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버렸다 orz
그래서 결론.
1. 과학을 잘 모르는 소속사 혹은 기자의 설레발로 인해 만들어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기사.
(아니, 기사 제목 보니 오보가 맞다. 네이처 계열 저널에 게재된 게 아니니까.)
2. 그래도 루시드 폴은 엄친아가 맞음.
3. 나도 서른넷이 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orz......
사실 난 루시드 폴이 외국인인 줄 알았다(...혹시 어쩌면 외국 국적일지도 orz). 그보다도 사실,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는데, 난 루시드 폴이 옛날 사람인 줄 알았다. 대충 8~90년대 활동하던, 그래서 지금은 나이많은 중년의 신사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공학박사에, 졸업논문은 간지나는 데 실리고, 음반이 네 장째... 더구나 불과(?) 서른넷에, 무려 잘생기기까지 했다. 깔 게 없다... orz
근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음유 시인이자 공학 박사인 루시드 폴(조윤석·34)의 논문이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소속사 안테나 뮤직에 따르면 네이처의 화학 계열 저널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그의 논문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이 정식 소개됐다. 이 논문은 지난달 2일 온라인판 ‘주목할 만한 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략)
지난 9월에는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중략)
지난 9월에는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맨 위 링크 기사에서 발췌)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 정식 소개됐다. 지난달 2일 온라인판 ‘주목할 만한 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뭔 소리지. 논문 중복게재란 건가. 저런 큰일날 짓을... 이라고 생각하면서 네이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좀 뒤져 봤더니 이런 게 걸렸다.
Micelle-based delivery: Just say NO
Gavin Armstrong
Nature Chemistry
Published online:
2 October 2009 | doi:10.1038/nchem.422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10월 2일자로 올라온 문건이다. 이건가 싶긴 한데 저자명이 낯설다. 자세히 보니 진지한 논문이 아니라 Research highlights 다. 기사에 나온 말대로 '주목할 만한 연구'로 번역해도 무리없을 듯 싶다. 그러고 보니 레퍼런스도 달랑 하나고, 본문도 그 레퍼런스의 내용과 그 발견의 의의 및 기대효과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논문이 바로 이것↓
Micelles for delivery of nitric oxide.
Jo YS, van der Vlies AJ, Gantz J, Thacher TN, Antonijevic S, Cavadini S, Demurtas D, Stergiopulos N, Hubbell JA.
J Am Chem Soc. 2009 Oct 14;131(40):14413-8.PMID: 19764751 [PubMed - indexed for MEDLINE]
제일저자 Jo YS 가 아마도 조윤석(루시드 폴)인 것 같다. 제목도 기사에 나온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이랑 맞는다. 이게 바로 미국 화학회지 JACS에 실렸다는 그 논문인 것 같다. 다만 게재 시점은 기사에 나온대로 '지난 9월' 이 아니라 '10월'이다(JACS 온라인판에 실린 날짜가 9월 18일이다).
...이제 정리가 좀 된다. 애초 조윤석의 논문은 JACS에 실렸고(온라인판 9월 18일. 출판 10월), 그걸 읽어본 Gavin Armstrong 이 '우왕ㅋ굳ㅋ' 하면서 그걸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했고, 그게 네이처 케미스트리 온라인판에 10월 2일자로 올라갔던 거다. 그리고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라고 나오는 걸 보면 아마 이번달 23일자로 인쇄되어 실린 모양이다. 정확히는 네이처가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일 테고,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된 게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된 거겠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궁금증은 해결됐는데,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이건 도대체 뭔 소릴까. 설마설마하니 같은 내용으로 두 군데도 아니고 무려 세 군데에 논문을 낼 수는 없을 텐데. 화학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또 다른 논문 데이터베이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PubMed 에서 '조윤석'으로 검색해 봤다.
검색결과
조윤석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는 논문은 총 다섯 편이고, 혹시나 동명이인일까 싶어서 대충 살펴봤는데 일단 전부 루시드 폴이 맞는 것 같다. 2005년에 나온 논문이랑, JACS 논문과 그 후에 나온 논문 한 편을 빼면 남는 건 2009년에 나온 두 편. 아마 그 두 편을 두고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보면 전부 다른 논문이다. 그럼 그렇지. 중복게재라니, 그런 큰일날 짓을 했을 리가...
...
기사 보고 '아니 이런 엄친아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를 외치며 간단하게 글 하나 쓰려고 했는데, 궁금증에 이것저것 찾다 보니까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버렸다 orz
그래서 결론.
1. 과학을 잘 모르는 소속사 혹은 기자의 설레발로 인해 만들어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기사.
(아니, 기사 제목 보니 오보가 맞다. 네이처 계열 저널에 게재된 게 아니니까.)
2. 그래도 루시드 폴은 엄친아가 맞음.
3. 나도 서른넷이 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orz......
'일상*생활*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5) | 2009.12.13 |
---|---|
[펌] Scientific Peer Review, ca. 1945 (0) | 2009.12.07 |
월화수목금금금 (0) | 2009.12.06 |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12) | 2009.11.21 |
신종플루 검사 체험기 (1) | 2009.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