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박사 가수’ 논문으로 일내다… 루시드 폴 연구물 ‘네이처’ 계열 저널에 게재

사실 난 루시드 폴이 외국인인 줄 알았다(...혹시 어쩌면 외국 국적일지도 orz). 그보다도 사실,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는데, 난 루시드 폴이 옛날 사람인 줄 알았다. 대충 8~90년대 활동하던, 그래서 지금은 나이많은 중년의 신사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공학박사에, 졸업논문은 간지나는 데 실리고, 음반이 네 장째... 더구나 불과(?) 서른넷에, 무려 잘생기기까지 했다. 깔 게 없다... orz

근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음유 시인이자 공학 박사인 루시드 폴(조윤석·34)의 논문이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소속사 안테나 뮤직에 따르면 네이처의 화학 계열 저널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그의 논문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이 정식 소개됐다. 이 논문은 지난달 2일 온라인판 ‘주목할 만한 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략)

지난 9월에는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맨 위 링크 기사에서 발췌)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 정식 소개됐다. 지난달 2일 온라인판 ‘주목할 만한 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뭔 소리지. 논문 중복게재란 건가. 저런 큰일날 짓을... 이라고 생각하면서 네이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좀 뒤져 봤더니 이런 게 걸렸다.

Micelle-based delivery: Just say NO
Gavin Armstrong

Nature Chemistry
Published online: 2 October 2009 | doi:10.1038/nchem.422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10월 2일자로 올라온 문건이다. 이건가 싶긴 한데 저자명이 낯설다. 자세히 보니 진지한 논문이 아니라 Research highlights 다. 기사에 나온 말대로 '주목할 만한 연구'로 번역해도 무리없을 듯 싶다. 그러고 보니 레퍼런스도 달랑 하나고, 본문도 그 레퍼런스의 내용과 그 발견의 의의 및 기대효과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논문이 바로 이것↓

Micelles for delivery of nitric oxide.

Jo YS, van der Vlies AJ, Gantz J, Thacher TN, Antonijevic S, Cavadini S, Demurtas D, Stergiopulos N, Hubbell JA.

J Am Chem Soc. 2009 Oct 14;131(40):14413-8.PMID: 19764751 [PubMed - indexed for MEDLINE]


제일저자 Jo YS 가 아마도 조윤석(루시드 폴)인 것 같다. 제목도 기사에 나온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이랑 맞는다. 이게 바로 미국 화학회지 JACS에 실렸다는 그 논문인 것 같다. 다만 게재 시점은 기사에 나온대로 '지난 9월' 이 아니라 '10월'이다(JACS 온라인판에 실린 날짜가 9월 18일이다).

...이제 정리가 좀 된다. 애초 조윤석의 논문은 JACS에 실렸고(온라인판 9월 18일. 출판 10월), 그걸 읽어본 Gavin Armstrong 이 '우왕ㅋ굳ㅋ' 하면서 그걸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했고, 그게 네이처 케미스트리 온라인판에 10월 2일자로 올라갔던 거다. 그리고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게재됐다.' 라고 나오는 걸 보면 아마 이번달 23일자로 인쇄되어 실린 모양이다. 정확히는 네이처가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일 테고,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된 게 아니라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소개'된 거겠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궁금증은 해결됐는데,

'
미국 화학회지 JACS를 비롯,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

이건 도대체 뭔 소릴까. 설마설마하니 같은 내용으로 두 군데도 아니고 무려 세 군데에 논문을 낼 수는 없을 텐데. 화학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또 다른 논문 데이터베이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PubMed 에서 '조윤석'으로 검색해 봤다.

검색결과

조윤석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는 논문은 총 다섯 편이고, 혹시나 동명이인일까 싶어서 대충 살펴봤는데 일단 전부 루시드 폴이 맞는 것 같다. 2005년에 나온 논문이랑, JACS 논문과 그 후에 나온 논문 한 편을 빼면 남는 건 2009년에 나온 두 편. 아마 그 두 편을 두고 '유명 화학저널 두 곳에도 실렸다.'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보면 전부 다른 논문이다. 그럼 그렇지. 중복게재라니, 그런 큰일날 짓을 했을 리가...

...

기사 보고 '아니 이런 엄친아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를 외치며 간단하게 글 하나 쓰려고 했는데, 궁금증에 이것저것 찾다 보니까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버렸다 orz

그래서 결론.

1. 과학을 잘 모르는 소속사 혹은 기자의 설레발로 인해 만들어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기사.
   (아니, 기사 제목 보니 오보가 맞다. 네이처 계열 저널에 게재된 게 아니니까.)
2. 그래도 루시드 폴은 엄친아가 맞음.
3. 나도 서른넷이 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orz......






Posted by 타타상자
,
작년엔 간통죄 합헌이라던 사람들이 웬일일까. 하긴 그 때도 2/3을 못 채워서 그랬지 위헌의견이 많긴 했었다. 그래도 1년밖에 안 지났는데, 장족의 발전인 듯?

헌재, `간통죄` 가까스로 합헌 … 위헌 의견 크게 늘어 (한국경제 2008.10.31)
[사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혼인빙자간음죄' (조선일보 2009.11.26)

법 쪽에야 거의 문외한이라 몰랐지만, 혼인빙자간음죄라고 하니까 뭔가 대단한 건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형법 한가운데에 달랑 한 줄 들어가 있는 게 전부였다. 이렇게...

제304조 (혼인빙자등에 의한 간음)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법은 결국 그 시대에 그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만들어질텐데, 저 조항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치관이 뭘까 생각해보니 이건 뭔가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그러니까,

첫째,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라는 말은, 여성은 결혼 혹은 그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어떤 사유가 있을 때만 섹스할 수 있다(혹은 그러한 사유가 있을 때만 섹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남성은 아무때나 해도 되지만)는 것이고,
둘째, 섹스는 분명 남녀가 같이 하는 것, 그러니까 둘 모두가 주체가 되는 건데, 굳이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했을 경우로 한정하는 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또 하나의) 섹스의 주체가 아니라 남성에 의한 섹스의 대상으로 보는 거잖아.
셋째, 그나마도 모든 여성이 아니라 '음행의 상습없는' 여성의 성만을 보호하겠다는 거(그럼 왜 굳이 성매매는 못하게 막는 걸까? ). 그러니까 섹스를 경험하지 않은, 혹은 섹스 횟수가 적은 여성의 성, 성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믿음인가? 법 만드는 분들 법 공부하기 전에 해부학 조직학 공부부터 좀 하자.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명판결이 나온 지 50년도 더 지났는데, 95년에 개정된 법조문에도 그런 가치관이 남아있을 줄이야. 여성을 보호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게 여성이라는 인간 ㅡ남성과 동등한ㅡ 인 건지, 아니면 여성이라는 이름의 '애완동물'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순결, 정조" 라는 어떤 '재화'인 건지 난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건,

여성계 "혼빙간 위헌은 시대적 요구" 대환영
유림단체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 될 것" 반발


...필요없다잖아?

조선시대의 감성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분들은 오지랖도 참 넓다. 도포를 걸쳐서 그런가?


뭐, 아무튼 이제 간통죄랑 성매매 남았네. 앞으로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듯.



Posted by 타타상자
,
최근에, 내 글에 달린 트랙백 몇 개를 지운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왜 내 글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랬다(그나마도 소심한 나머지 좀 고민했다). 물론 트랙백은 이런 상황에서만, 이럴 때만, 이런 이유로만 달아야 한다... 하는 규정 따위 없을 테지만, 최소한 한 가지에는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바로,

원글에 대한 의견, 혹은 원글과 관련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다. 근데, 트랙백이란 게 결국 다른 사람 블로그 글에 '내가 이런 글 썼어요' 하는 링크를 굳이 생성하는 일이고 보면, 원글 글쓴이를 포함해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트랙백 걸린 글이 원글에 대한 동조든 반박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어쨌든 원글의 내용과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거다. 원글의 내용과 아무 관계없는 트랙백이라면 그건 낚시고 스팸 아닐까. 뭔가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본 원 글쓴이와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짓이란 말이다.

다시 트랙백 지운 얘기로 돌아가서, 며칠 전에 NASA, 2012 종말론을 반박하다 란 글을 쓴 적이 있다. 2012년 지구종말론에 대해 NASA 가 반박하고 나선 것을 번역한 글이다. 영화 <2012> 와는 관계없는 내용이다. 지금은 다 지워버렸지만 그 글에 트랙백이 두 개인가 걸렸었다. 뭔가 하고 들어가봤더니 영화 <2012> 감상평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 읽어봤지만 영화에 대한 얘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NASA에서 2012년 종말론을 반박한 거랑, 영화 <2012>랑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2012>를 보진 않았지만 내가 알기로 진지하게 종말론의 과학적 이론과 근거를 파헤치며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심리적 사회적 분석을 시도한 논픽션 종말이론 과학심리사회 다큐멘터리이기는 개뿔, 그냥 볼거리에 충실한 스케일 큰 재난영화일 뿐이다. NASA의 반박과 영화 <2012> 가 공유하는 건 '2012'라는 키워드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글을 쓰면서 기대했던 건 종말론자들의 열폭이나, 과학주의자들의 동조나,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같은 거. 그러니까 종말론의 내용이 과학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생각이나 종말론 유행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 글에 트랙백이 달린 걸 본다면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을까? 근데 왜 뜬금없이 영화 <2012> 감상문만 줄줄이 달리느냔 말이다.

그래서 난 참 궁금한 게, 도대체 글을 읽기나 하고 트랙백을 거는 걸까? 그냥 태그 갖고 검색해봐서 뜨는 글들에다가 무작정 트랙백 걸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트랙백 걸고 다니면 분명 블로그 방문자 수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리 방문자수가 탐나고 인기블로거가 되고 싶어도 적당히 하자. 기껏 트랙백 걸린 글 읽으러 갔다가 전혀 관계없는 글 보고 허탈해할 사람들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이건 매너의 문제고 에티켓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에 '2012' 라는 태그를 넣어 보았다. 글 안 읽고 태그 검색해서 트랙백만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는지 실험 좀 해 보려고. 이렇게까지 써 놨는데 이 글에 또 영화 <2012> 감상평이 달린다면 정말 그렇다는 얘기겠지. 영화 <2012> 관련 글이 아니라도, 다른 글에 대해서도 앞으로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트랙백 삭제는 물론이고 아예 이 글을 거기다 트랙백 걸어 줄 테다. 비록 별볼일없는 듣보잡 블로그지만 앞으로 뻘트랙백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러니까,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





* 여기다가 영화 <2012> 감상평 달러 온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2012' 태그는 삭제.



'일상*생활*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5) 2009.12.13
[펌] Scientific Peer Review, ca. 1945  (0) 2009.12.07
월화수목금금금  (0) 2009.12.06
엄마친구아들  (0) 2009.11.29
신종플루 검사 체험기  (1) 2009.07.15
Posted by 타타상자
,